내가 이런 소리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옹기그릇을 만들어 먹고 살자니 팔아야 하는데 우리 지역에다 팔아먹기가 참 어렵다. 어떻게 하면 팔아먹을 수 있을까 여러 해 궁리를 하다가 갖게 된 의견은 ‘무서운 소비자’가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사실 물건이란 게 손으로 만들지만 이 손을 작용케 하는 것은 의식이다. 그런데 우리같이 손과 의식을 한 몸에 지닌 장인들은 자기 손에 너그럽게 된다. 그래 높은 의식에 손이 따라주지 못해도 한 몸이다 보니 제 식구 감싸듯이 너그럽게 넘어가는 수가 많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결국 제 손이 미의식의 고양을 더디게 하는 것이다.
나는 옛 물건들 중에 사랑방에서 쓰이던 물건들을 좋아한다. 그것은 높은 정신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그런 물건을 만들고 싶다. 그런데 그게 장인의 솜씨만은 아닌 듯싶다. 소비자인 선비가 당신의 의식으로, 안목으로 간섭을 했으리라 짐작된다. 여기에서 자신의 의식만을 뽐내며 장인의 솜씨를 업신여겼을리 없고, 안목있는 선비의 간섭을 성가시게 여겼을 장인이 아니었을 것이다. 각자의 역할로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되면서 아름다운 물건이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 지역문화에서 공예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쾌 커 보인다. 또 그만큼 지역경제와 비례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공예문화, 공예산업 즉 전통산업이 정체되어 있다. 이제 무서운 소비자가 나서야겠다. 오늘날 무서운 소비자한 높은 미의식과 경제적 실천력을 가진 사람이다.
막말로 자기 돈 내고 물건을 사는 당당한 소비자를 말하는 것이다. 제 돈 아까운 줄 아니까 물건을 고르는 눈을 갖게 되고 기꺼이 간섭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공예문화의 현실은 어떠한가? 선물용이 많다. 그렇다보니 자기 용도가 없고 받은 사람도 간섭할 여지가 없다. 또 다른 병폐는 공예문화가 문화적 행세가 되어 안목도 있고 경제적 실천력이 있는 좋은 소비자가 아예 공예인으로 건너 뛴 다는 것이다.
그 어떤 행위로 남에게 보이기 위함은 결코 질 좋은 삶일 수 없는 것이기에 각자의 역할로 아름다운 관계를 소망한다.
/이현배(옹기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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