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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한일 문화 코드

속담에 ‘늦게 잡고 되게 친다’는 말이 있다. 늦장을 부리다가 정작 일이 코앞에 닥친 다음에서야 급하게 서두르는 모양새를 뜻하는데 일의 적절한 시기를 놓쳐 낭패를 볼 때 쓰는 말이다. 요즈음 독도 영유권 문제와 일본 우익단체에서 펴낸 역사교과서 문제 그리고 중국의 발해문제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일처리 솜씨를 보면서 이런 속담이 왜 생겼는지 공감이 간다.

 

이웃한 나라와 사이가 좋은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가까운 나라는 공격하고 먼 나라와는 친교를 맺는다는 고사성어 ‘원교근공(遠交近攻)’ 역시 이러한 외교에 한 단면을 드러내는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부터만 셈하더라도 왜구(倭寇)의 크고 작은 침탈을 지속적으로 받아 왔다. 이러한 침탈에 따른 피해가 여러가지 이겠지만 일부 한국 지식인의 입으로 뱉어낸 식민지배 불가피성 운운은 이미 그 침탈의 정도가 세뇌(洗腦)의 경지에까지 이르렀음을 반증한다.

 

이런 폐해들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일본을 상대하는 태도는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이 더 심해졌다는 교육부의 분석 자료를 받은 것이 지난해 11월 초 였지만 관련부처에서는 5개월 동안 무대책으로 일관하였다. 그 뿐 아니다. 독도 문제 역시 외교적인 분쟁을 피한다는 명분으로 일관하였다. 하지만 지역 분쟁은 그 속성상 한 편에서 조심한다고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번 독도 영유권 문제 역시 이러한 분쟁의 속성에서 벗어 날 수 없음을 정부는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정부에서 ‘대일(對日) 신독트린’을 발표하여 일의 수습에 나선 것은 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가까운 이웃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일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전제가 있을때 가능한 일이다. 이런 전제는 가까운 일본이라 하더라도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일본 사람과 우리네의 성정(性情)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일에서도 우리 국민의 결연한 의지가 일본에서는 일시적인 감정으로 해석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한일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일본에 일고 있는 한류열풍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를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문화 코드로 표현할 수만 있다면 한일관계는 좀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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