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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휘발유세

“박정희 대통령이 그 시커먼 원유를 그냥 마셨다더라, 청와대에 가져와서 목욕도 했다더라”는 풍문이 돈지 얼마 안된 1976년 1월15일, 박 전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을 통해 “영일만부근에서 석유가 발견돼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됐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국민들은 우리나라가 산유국이 됐다는 소식에 금방 부자라도 된 것처럼 감격했고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로 술렁거렸다.

 

그러나 1년여 뒤 “포항석유는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돼 시추를 중단했다”는 발표와 함께 산유국이 꿈은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뒤늦게 알려진 사실이지만 원유로 착각한 시커먼 액체는 시추공에서 윤활제로 사용한 경유였던 것이다. 그 때 국민들은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복이 없느냐고 장탄식을 쏟아내기도 했다.

 

국제 유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국내 석유값이 어디까지 뛸 것인가 소비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주 말 현물거래시장에서 거래된 석유값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가 배럴당 56.33달러로 가장 높았고, 북해산 브랜트유가 55.77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우리 거래선인 중동산 듀바이유도 배럴당 47.90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휘발유 소비자 가격이 1천5백원대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석유값이 뛰면서 장거리를 운행하는 차량들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 때문에 관광지를 찾는 행락객이 줄어들어 업소들 장사가 영 말이 아니라고 한다. 또 자동차를 굴려 먹고사는 서민들의 고통지수도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이다. 석유값 비싸다고 걸어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이 터져도 단단히 터진 것 같다.

 

사무실에 생수 배달을 하는 대리점 직원이 석유값 때문에 부득이 물값을 올려받을 수 밖에 없다며 다음부터느 18.9ℓ짜리 한통에 1천원이 오른 5천원을 받겠다고 통고를 해왔다. 얼른 이해가 안돼 석유값과 물값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물을 싣고다니려면 석유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대꾸를 했다.

 

현대인들에게 석유는 물 다음으로 필요한 재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갖가지 구실을 붙여 석유에 세금을 몽땅 매겨 서민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 휘발유값의 73%정도가 세금이라니 심해도 너무 심한 것 같다. 정부는 원유값 인상 탓만 할 것이 아니라 휘발류특소세 같은 부당한 세금으로 줄여 국민들의 부담을 줄여주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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