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20일 중국 지도부가 대규모 '반일(反日)시위'의 원인을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에 둔 것과 관련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의 담화와 역사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5년 발표된 '무라야마 담화'는 일제 식민지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과'를 표명, 일본 정부의 과거사인식으로는 가장 수긍할만한 것으로 평가돼왔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여야 대표토론에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민주당 대표의 지적에 이같이 답하고 "과거의 전쟁을 반성하고 국제사회와 우호관계를 유지ㆍ발전시켜간다는 방침을 실천에 옮겨온 것이 전후 60년간 일본의 자세였다"며 "이 방침대로 외교를 발전시켜가겠다"고 밝혔다.
오카다 대표는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에 한국과 중국이 반발한 것에 대해 "일본외교의 실패"라면서 "일본이 원인을 만든 만큼 반성이 필요하지 않은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총리는 아시아를 너무 경시하는 외교를 해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과 일본 당국은 지난 주말 '반일시위'로 터져나온 갈등을 수습하기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에 각각 착수했다.
일본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내 중국시설이 화염병 투척 등으로 피해를 입은 데 대해 "(피해)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원상복귀를 위한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며 피해조사와 배상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당국도 오는 주말 전국 각지에서 재발될 가능성이 높은 '반일시위'의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당 중앙선전부와의 외교부는 20일 상하이(上海)와 톈진(天津) 등지에서 보고회를 열어 대일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냉정한 대처를 촉구했다. 이 보고회는 오는 24일까지 다른 도시에서 계속된다.
중국 언론이 일제히 보도한 이 보고회에서는 "양국의 우호협력은 서로의 이익에 합치하는 유일한 옳은 선택"이라는 내용이 발제됐다.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는 1면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대일 우호정책을 계승, 양국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노력해왔다"는 이날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장의 보고회 발언을 전했다.
이같은 수습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 인도네시아 아시아ㆍ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양국의 정상회담이 열릴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일본측은 개최 당일 회담을 요구하고 있으나 중국측은 아직 답변이 없다면서 정권기반이 약한 후 주석이 일본에 약한 자세를 보일 경우 야기될 당내 반발을 의식하는 것이 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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