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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학문후속세대

대학가는 이제 방학에 접어들었다. 많은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여행을 준비하기도 한다. 또 고학년인 경우에는 취업에 대한 준비를 하느라 방학을 바쁘게 보낼 형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학이 그 것도 겨울방학이 상대적으로 길게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학문후속세대라고 불리는 시간강사들이 바로 이들이다. ‘무노동 무임금’이 철저하게 지켜지는 강사들 입장에서는 겨울방학이 되면 일단 강의료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절약해서 겨울을 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인지 예전에 대학원에 진학하겠다는 제자에게 ‘집에 돈이 많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교수의 질문이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학문에 대한 열정과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에 정신이 팔린 젊은이에게 그런 질문이 실감날 리가 없었을 것이다. 귓등으로 흘려들었던 그 질문이 실감날 때쯤이면 이미 대학원을 졸업하고 결혼도 하고 전임교수의 꿈을 좇아 강의 현장에 몸을 맡긴 뒤였을 것이다.

 

학문에서만큼은 세대간 단절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들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미 그런 단절의 조짐이 보인지 오래다. 특히 기초학문분야의 대학원 진학률을 보면 매우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학원들이 하나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형편이 된 것이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꼭 집어 누구 탓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간강사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하지 않나 싶다. 이들에게 제일 큰 문제가 바로 재정적인 어려움일 것이다. 연구를 열심히 해야 전임교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으로 모르지는 않는다. 강의를 많이 맡아야 재정적으로 나아진다는 것도 물론 안다. 문제는 이 둘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다. 돈을 벌자니 연구가 부실해지고 연구를 잘 하자니 돈이 궁해질 수 밖에 없다.

 

그 경계를 조율하면서 생활하는 시간강사들을 보면 삶의 의미를 달리 느끼게 된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들 중의 한 부류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문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여건이 더 절실하지 않나 싶다. 그런데 그런 일에 꼭 큰 돈이 드는 것만은 아니다. 강의 시작 전에 따뜻한 차 한 잔 할 수 있는 여유를 갖도록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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