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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주택복권

복권의 발행명분으로는 공익적 목적을 내세운다.수익금을 주로 사회간접자본시설 등에 투자하기 때문이다.국가의 부족한 재정을 서민층에 떠넘긴다는 측면에서 ‘조세 기만행위’또는‘준조세’라는 일부의 비난도 있지만 구입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조세 성격과는 구별된다고 보여진다.

 

복권 구매자들은 이같은 논쟁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복권을 사면서도 세금을 내고 있다는 불만은 커녕 희망을 가지고 기꺼이 투자(?)한다.추첨때 까지는 혹시 내게도 행운이 찾아올지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를 갖는다.특히 좋은 꿈을 꾸었다든지 한 다음날에는 대부분 복권을 사기 마련이다.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가 허탈을 경험하지만 또 다음번 복권을 사서 추첨일을 기다리는 것이 복권 매니아들의 생리다.가산을 탕진할 정도로 많은 돈을 배팅하는 카지노등 도박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적은 돈으로 고액당첨을 기대하며 한 주를 보내는 서민들에게는 일종의 오락인 셈이다.

 

복권의 역사는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로마의 복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연회에서 귀족들에게 복권을 팔고 복금으로 노예나 집등을 주었다고 한다.우리나라의 경우는 조선후기 산통계(算筒契)에서 기원을 찾는다.산통계란 통속에 각 계원의 이름이나 번호를 기입한 알을 넣은뒤 그 통을 돌려 나오는 알에 따라 당첨자를 결정짓는 방식이었다.계를 유지하기 힘들 경우도 많아 ‘산통 깨졌다’는 어원도 여기에서 유래한다.

 

근대적 복권의 효시는 1947년 발행된 ‘올림픽 후원권’이다.이 복권은 1948년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우리 선수들의 출전경비 마련을 위해 발행되었다.복권이라는 이름이 처음 사용된 것은 1956년 전쟁복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애국복권’이다.

 

우리나라 복권의 대명사격이라 할 수 있는 주택복권이 발행된지 37년 만에 올 4월부터 자취를 감추게 됐다.전체 복권판매액의 95%를 차지하는 로또복권의 위력으로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퇴출대상에 포함된 것이다.당첨되면 좋고 안돼도 집없는 서민들의 주택마련에 도움을 준다는 홍보와 구매자들의 ‘자기 합리화’가 맞아 떨어진 것이 주택복권의 장수비결이었지 않나 싶다.주택복권의 퇴출로 오랜시절 서민들과 애환을 함께한 풍물이 또 하나 사라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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