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의없는 것들' 주연 신·하·균
영화 '예의 없는 것들'(감독 박철희, 제작 튜브픽쳐스, 24일 개봉)을 보고 나면 그 역에 신하균 외에는 좀처럼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는다. 흥행 참패 후 오히려 B급 영화의 교본이 됐던 비운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가 떠오르는 것도 이 생각과 뿌리가 같다.
영화 '예의 없는 것들'은 한 편의 부조리 연극 같다. 물론 뚜렷한 스토리가 있고, 캐릭터의 개연성은 확보하고 있지만 풀어내는 방식이 엇박자처럼 비틀어나가며 상황 전개는 엉뚱하다. 그런 영화에서 90% 이상을 책임진 신하균은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영화"라고 표현했다.
신하균이 연기한 인물은 '킬라'. 직업이 킬러인데 이름은 없이 그저 킬러(killer)를 변형한 킬라(killar)로 소개된다. 이름에서부터 블랙 유머가 짙게 깔려 있다. 킬라는 혀가 짧아 말이 어눌하게 나오자 아예 입을 닫아버린다. 그래서 대사는 없다.
딱 한마디. 마지막에 결정적인 한마디가 터져나올 뿐. 그런데 그의 장황한 내레이션이 영화의 이해를 돕는다.
"대사는 없는데 말은 가장 많이 한 영화"라고 웃는 그는 "'why'라고 질문을 하고 파고들면 한도 끝도 없이 파헤쳐 야하는 함정이 있다. 투우를 좋아하고, 회를 좋아하는 그냥 그런 사람일 뿐"이라고 킬라를 소개했다.
혀 수술을 받는 데 드는 1억 원을 벌기 위해 킬러라는 직업을 택한다. 정상적으로 말하게 된다면 그는 어린 시절 유일하게 그를 감쌌던 여자 친구를 만나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나타난 '그녀'(윤지혜)와 한 소년이 그의 평탄했던(?) 생활을 자극한다.
발레, 관장, 똥무게 등 다른 이들은 이름이 없지만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영민'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소년이 "이 영화의 희망을 상징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주연은 따로 있었죠?"라며 웃는다. 말 없이 연기해야 했지만 그게 힘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내레이션이 설명을 해주니까 말을 안하고 연기하는 게 크게 중요하지는 않았어요. 이야기 구조가 날 도와주고 상황이 받쳐줬죠. 액션도 그다지 없고, 감성적인 부분은 윤지혜 씨가 상당 부분 책임져줘서 전 한 게 없어요." 한 게 없단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그건 그저 신하균 특유의 겸양 어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킬라라는 인물을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킬라는 전혀 현실적이지않고, 영화적으로 확대 과장돼 있어요. 혀 짧다고 말 안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세상과 소통이 안되는 외로운 사람을 표현한 거죠. 그게 보통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특별한 무언가를 갖고 있지는 않다, 이렇게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킬라에게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면 관객과 소통하기 힘들 텐데, 보통 사람의 모습이 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 거죠." 킬라라는 인물에 대한 일체감은 시나리오를 받은 후 "내가 갖고 있는 정서, 감성과 맞아 한번에 쭉 읽어 2~3일 후 곧바로 감독을 만났다"고 할 만큼 신하균이 좋아하는 감성을 갖고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했을 터. 그런 면에서 영화를 보면 신하균이 어떤 감성을 갖고 있는지 쉽게 짐작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혀 수술을 권하는 비뇨기과 의사와의 앙상블신. "참묘한 상황이지 않아요? 둘이 서로 다른 생각으로 다른 말을 하면서(킬라는 필담) 같은 자리에 앉아 있죠. 그 장면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하는 것 같아요. 멸치가 그렇게 중요한 비중으로 등장하는 것도 그렇구요"라며 킥킥 웃는다.
신하균은 "이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모르겠다' '슬프다', 심지어 '아름답다'는 의견까지 나왔다"면서 "대부분 좋게 봐줘 다행이고, 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관점으로 보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공동경비구역JSA' '우리 형' '박수칠 때 떠나라' '웰컴 투 동막골' 등 그는 수많은 히트작의 주연배우였으나 그에게는 여전히 '주류 속의 비주류'라는 인상이 짙게 배어 있다. 상업영화에 출연한 것이 분명하지만 그의 연기는 캐릭터의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동시에 만족시키고 있어 독특한 존재로 비쳐지게 한다.
"여전히 날 불러주는 영화가 있다는 게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웃는 그는 "한국 같은 나라도 없는 것 같다. 다양한 영화, 작은 영화가 이렇게 계속 만들어지고 실험적인 방식이 계속 시도되고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신하균이 그 선봉에선 듯한 느낌이 들죠"라는 기자의 말에 쑥스러움을 가리기 위한 듯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웃는다.
그러면서 다시 진지해지는 이 배우. "제게 망한다, 흥한다는 기준은 관객이 어떻게 다가갈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흥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작품을 고르지는 않죠. 배우들은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형식적으로 어떻게 표현하느냐이며, 표현의 방법이 다를 뿐입니다. 전 다만제 감성에 맞고, 제가 좋아하는 장르를 하고 싶은 기준으로 작품을 선택합니다." 영화에 대한 평과 관점은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신하균이라는 배우가 만들어낸 킬라라는 캐릭터가 꽤 인상 깊게 남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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