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도시의 정신문화 계승공간 (중) - 유교문화권 안동의 사례
안동을 중심으로 한 유교문화권 개발 사업의 상징적 공간은 ‘한국국학진흥원’이다.
지난 8일 방문한 국학진흥원에서 만난 이들은 “안동시장부터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의 수도청은 ‘국학진흥원’이라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외지인들 경우 안동하면 하회마을이나 도산서원 등을 떠올리지만, 연구자나 전문가들은 국학진흥원을 유교문화권 조성의 구심체로 인식하고 있다. 안동 시민들의 인식도 매우 높아졌다. 심우영 원장은 “국학진흥원은 유교문화의 중심지며 기록 관련 유산이 가장 많이 만들어진, 즉 문헌 생산 현장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학진흥원의 사업은 결국 안동 유교문화권 조성을 위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국학진흥원의 중심시설은 연구실·행정실·자료정리실·도서관 등 연구에 필요한 관련 공간들이 배치된 ‘홍익의집’과 유교문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유교문화박물관’, 10만장 수집 운동을 통해 모아진 목판을 보관하는 ‘장판각’, 방문자들의 숙소용 건물인 ‘국학문화회관’이다. 건물 구성만으로도 국학진흥원의 기능을 읽을 수 있다. 김종석 자료관리실장은 “특히 젊은 세대들은 유교문화와 전통문화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론이나 연구만으로는 안된다”며 “그들에게 유교문화와 전통문화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정신에 대한 연구에서부터 전달하는 방식까지 다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국학진흥원 설립은 댐 건설로 인해 훼손돼 가는 고문서를 수집·보존·관리하기 위해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 기능이 전문가들을 위한 연구와 대중들을 위한 전시로 확장됐고, 지금은 노래방 시설까지 갖춘 호텔급 숙박시설 문화회관의 개관으로까지 이어졌다. 김실장은 “국학진흥원 기능을 백화점식으로 벌려 놓아서 힘이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유교문화권의 구심체로서 필요한 역할”이라며 “전통문화중심도시를 추진하는 전주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유교문화권 조성과 관련, 안동 역시 한옥마을처럼 기능 중심으로 특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제도적 협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국학진흥원은 연수·체험 프로그램 안에 안동 지역내 흩어져 있는 여러 기능들을 포함시키고 연결시키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연구부 박일호씨는 “국학진흥원에서 유교문화를 체험하거나 안동을 둘러보려면 적어도 2박3일 정도의 일정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안동 관광객들이 머무르지 않고 스쳐갔다면, 문화회관 개관을 통해 국학진흥원 연수에 참여한 이들만큼은 충분히 수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유교문화와 전통문화를 내세운 안동과 전주는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상징적인 공간이나 구체적인 사례가 없이는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나 ‘가장 한국적인 도시’가 단순한 구호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가 안동의 국학진흥원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학진흥원은 유교문화권 조성의 상징적 공간으로서 종합적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경북 내 다양한 유교 문화자산을 한 데 묶는 역할을 해내고 있다. 국학진흥원을 통해 유교문화권으로서 안동을 설득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