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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의심'은 위험하다

안봉호(군산본부장)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제나라로 가던 중 양식이 떨어졌다.

 

그들은 나무껍질과 풀을 뜯어 먹으며 허기를 달랠 정도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어느 마을에 이르게 되자 제자들은 방을 구해 공자를 쉬게 했다.

 

제자인 안회는 마을을 돌아 다니며 곡식을 구해와 밥을 지었다.

 

밥이 뜸을 들 무렵 잠에서 깨어난 공자는 오랜만에 맡아 보는 밥냄새에 문을 열고 밖을 내다 보았다.

 

그런데 그때 마침 안회가 밥솥뚜껑을 열고 손으로 밥을 한 움큼 걷어내 먹는 모습을 목격하게 됐다.

 

“평소 저토록 예의가 없던 안회가 아니었는데 여러날 굶주리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나간 모양이구나 ”하고 공자는 미루어 짐작했다.

 

안회가 차려온 밥상을 받은 공자는 “방금 잠들었을 때 꿈을 꾸었는데 조상님들이 나타나서 하시는 말씀이 밥이 다 되거든 조상께 먼저 제를 올리고 먹으라고 하더구나”하고 말했다.

 

안회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대답했다.

 

“제가 지은 밥으로는 제를 올릴 수가 없습니다. 제가 솥뚜껑을 열자 바람이 불어 흙덩이가 쌀밥위에 떨어졌습니다. 흙이 묻은 밥으로 제를 올리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

 

그러면서 다된 밥속으로 흙이 스며들까봐 얼른 손으로 한 움큼 건져낸 다음 버리기가 아까워 자신이 먹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공자는 잠시나마 제자를 의심한 자신이 부끄러워 “남을 믿지 못하겠거든 차라리 속아 넘어갈지언정 의심하는 일은 없도록 하라”며 다른 제자들에게 말했다.

 

중국 명나라 말엽의 유학자인 홍자성이 지은 책인 채근담(菜根譚)에서 나오는 이야기로 ‘쓸데없는 의심을 삼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부터 군산시청 주변에 ‘의심(疑心)’이라는 단어가 부쩍 나돌고 있다.

 

확실히 알지 못하거나 믿지 못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을 뜻하는 ‘의심’이라는 말이 시 공무원 사회에서 여러 사람들의 입줄에 오르내리고 있다.

 

“무슨 민원과 관련된 일을 하려고 하면 혹시 관련 업체나 업자하고 유착돼 일을 하지 않느냐는 상사의 의심을 받아 일 자체를 하기가 두렵다”고 말하는 공무원도 있다.

 

어떤 직원은 “배를 갈라 속을 드러내 보일 수도 없고 …”하면서 혀를 찰 정도로 의심분위기가 확산돼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간부의 부하 직원들에 대한 의심은 조직 전체를 경직되게 만든다는 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사안이다.

 

직장 상사가 부하를 의심하면 부하직원은 상사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 일을 하지 않고 땅에 바짝 엎드려 있을 수밖에 없으며 부하직원 역시 상사를 신뢰치 않는다.

 

이같은 조직에서는 갈등과 반목만이 싹틀 수밖에 없고 더 나아가 시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군산시의 경쟁력을 떨어 뜨릴 수 있다.

 

겸청즉명 편신즉암(兼聽則明, 偏信則暗)이란 말이 있다.

 

여러 방면의 의견을 들으면 현명해지고 한 방면의 말만 들으면 아둔해 진다는 뜻이다.

 

여러 방면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한 방면의 말만 듣고 선입견을 가지고 의심을 가진채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현재 미래 경쟁력 2위로 평가된 군산시의 경쟁력을 현실화하려면 화합만이 동력이다.

 

또한 화합을 위해선 시공무원 상·하직원간 ‘의심과 불신’이 아닌 ‘신뢰’하는 분위기조성이 전제돼야 한다.

 

시의 밝은 미래를 위해 공자가 제자들에게 한 말을 다시 한번 나무뿌리를 씹듯 음미하고 실천해 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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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호 ahnb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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