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사람들은 창(昌; 이회창 후보를 지칭)이 싫어 나를 선택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9월17일 광주·전남지역 언론과의 합동회견 뒤 가진 오찬 자리에서 대선을 회고하면서 한 말이다. 호남은 이회창을 이길 사람이 필요했던 것 아니겠느냐는 말도 덧붙여졌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호남 일부 지역에서 “그런 언급이야말로 호남 유권자들의 애정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일었다. 그러자 당시 윤태영 대변인은 “호남민심이 이회창후보 보다 노후보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평가한 것이고, 호남인들이 그런 전략적 마인드를 갖고 선택했다는 뜻”이라고 해명한 기억이 새롭다. 대통령 1년차 잘 나가던 시절의 대선 회고담이다.
대통령 선거를 11개월 남겨놓고 있는 시점에서 호남민심이 안개속이다. ‘호남민심 4黨 4立’, ‘고건 변수 사라진 후 호남민심 어디로’, ‘호남민심이 변해간다’, ‘호남민심, 한나라당 경선에 승부수로 뜨나?’, ‘지금 호남민심은 대분열중’ 등 언론의 표현이 이를 반증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 예비후보에 대한 호남의 지지율도 춘추전국시대다. 고건 전 총리의 사퇴 표명 뒤 문화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호남의 각 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14.7%, 열린우리당 14.5%, 민노당 13.9%, 민주당 11.5%였다. 1위와 4위 간의 격차가 3%p 정도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15%에 가까운 지지율에 고무된 분위기이고, 여권은 긴장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호남에서 이명박 전 시장은 33.3%, 박근혜 전 대표는 31%로 1·2위를 기록했다. 한나라당 후보의 호남 지역 1위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와관련해 한 대선 후보는 "호남분들이 변하고 있다. 경제적 마인드로 차기 대통령감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호남민심은 정말로 변화하고 있는가. 이미 시작된 탈당, 그리고 분당 등 여권의 정계개편 추이가 앞으로 호남민심 향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결집이냐, 분열이냐 시간이 흐를수록 흥미롭다. 역대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게 95% 안팎의 표를 몰아주며 전략적 선택을 해 온 호남지역 유권자들. 12월 대선에서는 어떤 전략적 마인드를 갖고 어떤 인물을 선택할 것인지 벌써부터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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