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인류의 역사’를 흔히 ‘전염병의 역사’라고 한다. 바이러스와 세균으로 인한 전염병이 인류문명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쳤을뿐 아니라 인류는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공포속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몇가지 사례만 열거하면 그리스 로마시대에 퍼진 역병은 아테네와 로마제국의 멸망을 초래했다. 문헌으로 기록된 최초의 전염병이다. 14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는 근대사를 열게한 계기가 됐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숨지게 한 페스트로 농업 노동력이 귀해졌고 도시에선 수공업자가 급증하면서 초기 자본주의의 모습이 나타났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맞아 ‘성(性)의 억압’에서 해방되자 매독이 기승을 부렸다. 비슷한 시기 신대륙 아메리카는 생전 처음 겪는 질병에 시달렸다. 스페인의 침입때 아메리카 원주민의 90% 이상이 새 전염병인 천연두로 숨졌다. 스페인군은 대부분 어릴적에 이 병에 감염돼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원주민들은 면역력이 없어 속수무책이었던 것이다.
19세기엔 ‘백색 페스트’로 불리는 결핵의 습격을 받았다. 비위생적인 의식주가 창궐의 주된 원인이었다. 20세기 이후에는 독감이 인류를 위협했다. 1918년 스페인 독감은 전세계적으로 2000여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전염병 위험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사라졌던 전염병이 다시 나타나는가 하면 전에 없던 전염병이 새로 생겨나기도 한다. 1980년대부터 창궐한 에이즈및 21세기에 들어닥친 사스(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와 광우병이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인간의 면역체계는 점점 약해져 가고 있다.
2종 법정전염병인 일본뇌염의 매개체인 작은빨간집모기의 도내 밀집도가 53%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되자 질병관리본부가 지난주 전국에 일본뇌염 경보를 발령했다. 일본뇌염은 지난해 국내에서는 환자발생이 없었지만 지난 1982년에는 전국에서 2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할 정도로 창궐했었다. 치사율이 높고, 치료가 돼도 후유증이 심각한 전염병이다. 뾰족한 치료법이 없어 모기에 물리지 않고 예방접종을 맞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의학의 발전으로 질병이 많이 감소했지만 역사의 교훈은 전염병에 대한 철저한 경계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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