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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통령 모시기 - 배순기

배순기(마한교육문화회관 관리과장)

이제는 좋았던 기억도 싫었던 기억도 정리하고 초심으로 돌아가 차분히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이다.

 

옛날 로마 사람들은 섣달과 정초가 되면 문의 수호신(守護神)이라고 알려진 야누스 신을 만들어 세웠다고 한다.

 

뒤쪽에 있는 얼굴은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는 회고(回顧)의 얼굴이며, 앞쪽에 있는 얼굴은 새해 희망을 설계하고 계획하는 미래의 얼굴이었다고 한다.

 

이렇듯 한 해를 접고 새해를 맞이해야하는 이 시점에 누구나가 양면의 삶이 교차되어지는 것인데, 올 연말에는 오랜만에 보는 풍경 하나가 더 있다.

 

왠지 낯설지 않은 것 같은 낯선 얼굴들이 안방에서 길거리에서 새해 이 땅 대한민국 역사 5년을 이끌 사람이라며 기도하듯 굽실거리는 모습이다.

 

바야흐로 선거철인 것이다. 그것도 주민을 대표하는 기초의원도 아니고 지역의 민심을 나라 일에 전달하는 국회의원도 아닌 대한민국의 얼굴이요, 미래 이 나라를 설계하고 계획해야 될 대통령선거 말이다.

 

바로 여기에 고민이 있는 것이다.

 

내년 2월 퇴임하는 대통령에 이어서 앞으로 5년 동안 나와 내 가족 울타리 같은 우리이웃의 미래를 이끌 지도자로 어떤 기준을 만들 것인가?

 

대한민국의 백년대계(百年大計) 교육철학을 가진 이는 누군가? 15세에서 29세까지 7.1%의 청년 실업을 해결할 사람으로 누가 더 적합 한가? 첨단 기술 하나가 백만명을 먹여 살린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과학 기술력에 힘이 될 후보는 누가 적절하며, 고령화 시대에 노인인구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대안적 정책을 가진 후보는 어느 사람인가?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폭우와 폭설이 잦아지는 급격한 환경변화에 어느 후보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지구상에 유일한 분단국으로서 외교적 역량을 가진 사람은 누구인가?

 

후보 모두 경제를 최우선공약으로 내세울 만큼 어려운 현실경제 속에 도시와 농촌 그리고 있는 이와 없는 이의 양극화 사회를 보듬어 낼 수 있는 대통령 딱 한사람을 선택해야한다는 국민적 과제물이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래서 그럴까? 묵묵히 한자리를 지키며 36년 세월을 교육행정공무원으로 살아오고 있는 필자는 여전한 이 아침 출근시간에, 인생의 영원한 자문(諮問)자인 어머니의 얼굴을 떠올렸다.

 

전형적인 농촌에서 평생을 논밭두렁을 밟고 살아온 내 어머니의 어제 밤 같은 초겨울 밤은 그러했다.

 

가을걷이도 끝내고 겨우내 먹을 김장도 마무리 하고 나면 동지섣달 그 긴긴밤 한 달여간 금쪽같은 육남매 자식들을 따뜻한 아랫목에 보물처럼 묻어 놓고, 정작 그 자식새끼들의 주인인 내 어머니 당신은 불씨도 없는 윗목에 앉아, 서릿발을 피하기 위해 임시로 거두어놓은 나락이며 콩 그리고 팥을 밤마다 펴놓고 한 알 한 알 돌려보고 굴려보며 되도록 흠이 없는 것을 고르셨다. 그렇게 돌아오는 봄 우리 여덟 식구 1년 동안 먹을 씨앗을 고르시던 내 어머니 그 정성스럽던 얼굴이 자식 모두를 남의 손가락질 받지 않고 이 나라의 녹(綠)을 먹는 공직자로 만든 힘이다.

 

이처럼 한 가족이 단 일 년 동안 건강하게 먹고 살 씨앗을 고르는 일도 살얼음 비벼내는 어머니의 올곧은 날들이 엮어 만든 것인데 하물며 대한민국 5년의 역사를 이끌 건강한 대통령을 선택하는 일이니 어찌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하지만 내 어머니가 그러했던 것처럼 내 아이의 미래가 되고 나의 노후가 될 훗날을 도모(圖謀) 하는 마음으로 12명의 대통령후보를 마음껏 돌려 보고 굴려보리라.

 

/배순기(마한교육문화회관 관리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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