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동은 시대를 잘못 타고났을 뿐"
"많은 분들이 어우동을 요녀로만 생각하시지만 사실은 지고지순한 로맨티스트입니다. 색다른 어우동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장희빈'을 연기했던 김혜수 정도를 빼면 아마 이처럼 키가 큰 사극 여주인공은없었을 듯하다.
173㎝의 미스코리아 진 출신의 김사랑(30)이 SBS TV '왕과 나'에서 어우동을 맡아 눈길을 끌고 있다. 그나마 구혜선이나 이진 등 여자 출연진보다는 고주원이나 오만석 등 남자 출연진과 붙는 신이 많아 그의 큰 키가 많이 도드라지지는않지만 이 키 큰 어우동은 확실히 '튄다'.
그런데 외모만 그런 게 아니다. 어우동의 캐릭터도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막강한 남성 편력을 자랑하며 조선시대 풍기문란을 야기했던 어우동의 이미지는 다분히 요부의 이미지. 그러나 현재 '왕과 나'에서의 어우동은 성종(고주원 분)과의 애끊는 사랑에 목숨마저 내버릴 태세다. 김사랑은 16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분명한 것은 어우동은 기생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우동은 사대부 집안, 종친가의 부인 출신이다.
기생과는 격이 다르다"며 당차게 말문을 열었다. "실제로 어우동 관련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제가 이전까지 생각했던 이미지와 전혀 달랐어요. 문란하긴 했지만 그건 남편으로부터 소박당한 이후였고 요즘 말로 하면 이혼한 후의 일이에요. 그렇게 따지면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긴 것으로 볼 수도있거든요. 시대를 잘못 타고났을 뿐이지 요즘 사회에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여성들이 얼마나 많아요." 오히려 돈이나 신분을 따지지 않고 연애를 했다는 점에서 어우동은 멋지다는 해석. 그는 어우동을 '용감한 로맨티스트'라고 치켜세웠다. 극중 어우동은 성불구자인남편에게 내내 구박을 당하다 간통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쫓겨나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후 그에 대한 분풀이로 화려한 남성 편력을 자랑하게 된다. 어우동은 지난해 12월부터 '왕과 나'에 등장, 성종과 중전 사이의 사랑의 훼방꾼이 된다. 중전을 향한 일편단심을 보였던 성종이 어우동을 보며 흔들리면서 성종과 중전의 갈등이 커지는 것. "처음에는 안한다고 했어요. 사극을 해본 적도 없고 또 어우동 캐릭터를 제가 잘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어요.
사실 그전까지는 사극을 유심히 본 적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하겠다고 생각하고 '왕과 나'를 1회부터 다 찾아보니까 이야기가 참재미있더라구요. 유동윤 작가님도 제게 '중간에 투입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이라 생각하고 연기하라'고 힘을 실어주셨어요." 이로 인해 '왕과 나'의 어우동은 눈물을 많이 흘린다. 남성들을 향해 웃음을 흘리는 대신 성종을 향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신이 시종 이어지는 것. 초반에는 가야금을 연주하고 색기를 드러내는 모습도 보였지만 최근에는 비련의 주인공이 됐다.
"사실 불륜이죠. 물론 왕이니까 왕은 아무리 많은 여자를 취해도 문제가 안되긴하지만 어우동과의 사랑은 불륜이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할 수는 없죠. 제가 연기를 하고 있지만 둘의 사랑을 사람들이 이해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설득하고 싶어요. 어우동이라는 여자가 목숨조차 아깝지 않다고 여길 만큼 사랑에 빠진 상황을 시청자들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라 상처 많은 여자가 진정한 사랑을 만나 변화하는 것이니까요." 용인대학교 국악과 출신인 김사랑은 자신의 전공인 가야금 연주 실력을 '왕과 나'에서 톡톡히 자랑했다.
"제가 오랜만에 전공을 살려 가야금을 연주했는데 시청자들이 잘 모르시더라구요(웃음). 으레 대역이 연주한 것이라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김사랑은 "사극은 처음이라 생소한 게 너무 많다. 그래서 욕심보다 많이 부족한게 사실이다. 나름대로는 재미있게 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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