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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대로 된 야당이 되려면...- 김호균

김호균(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총선을 두 달 남짓 앞둔 요즘, 대선패배의 충격에서 미처 벗어나지 못한 채 10년 만에 야당으로서 총선을 치러야 하는 대통합민주신당의 고투가 참으로 안쓰럽다. 한나라당과 40% 이상 지지율 격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18대 총선을 앞둔 대통합민주신당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합민주신당이 총선에서 여당의 독주를 막는 야당으로서 제자리를 잡을 수 있으려면 통합과 쇄신의 길밖에 없다.

 

통합을 지향하는 대통합민주신당에게 호남이 갖는 전략적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래서 민주당 박상천 대표의 ‘설 이전 통합’ 제의에 손학규 대표가 “통합을 원하는 호남지역 국민의 여망을 받들겠다”고 화답함으로써 4월 총선에 대비한 범야권 통합 작업에 다시 시동을 건 것은 당연지사이다.

 

아울러 당의 쇄신을 추진하는 것도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당의 쇄신을 둘러싼 논의에서는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의 이념과 정책을 재정립하기에 앞서 인적 쇄신 논란이 먼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이미 신당 일각에서는 친노 인사와 참여정부 및 당에서 요직을 지낸 지도부의 배제 등 구체적인 방안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은 인적쇄신을 논하기에 앞서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고 설득력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당을 지지층을 재결집하고 국민의 지지를 호소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통합은 단지 호남권에서 두 야당이 통합하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계층과 세대를 아우르는 실질적인 통합이 되어야 한다. 인적 쇄신을 평면적인 세대교체로 단순화하는 것은 과거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반복하는 길이다. 쇄신의 기준은 당연히 과거 활동경력과 향후 발휘될 수 있는 정치적, 정책적 역량, 국민의 신뢰이어야 할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정체성에 부합되지 않는 구성원이나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인사의 배제가 첫 번째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과 지방의회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국회에서마저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다면 대한민국은 한나라당이 사실상 모든 권력을 움켜지는 형국이 될 것이다. 때문에 한나라당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야당의 역할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이 야당은 노장청 통합이 이루어진 정당이어야 할 것이다. 참신한 신인도 필요하지만 경험과 경륜을 갖추고 있고, 아마추어가 아니라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중진 정치인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정치만큼 축적된 암묵지와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한 영역도 드물 것이다.

 

역할이 바뀐 여야에게 국민은 새로운 사명과 각오, 그리고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주시하고 있다. 특히 야당이 된 대통합민주신당에게 있어 통합과 쇄신을 통한 변화는 필수불가결한 사안이다. 하지만,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않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일이 대통합민주신당에게는 더 시급하게 보인다. 인위적, 평면적 통합과 쇄신은 결코 국민에게 환영받을 수 없다.

 

국민은 선명하면서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야당을 원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이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김호균(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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