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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법의 날

법과 관련된 격언이나 어록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중 흥미로운 몇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법을 조롱하는 말들. 그리스의 철학자 아나카르시스는 "법률은 거미줄과 같다. 약자는 걸려서 꼼짝을 못하지만 강자와 부자는 뚫고 나간다."고 했다. 또 아일랜드 출신의 문인 골드스미스는 "법은 가난한 자를 학대하고, 부자는 법을 지배한다"고 비꼬았다. 사회계약론으로 유명한 J.J 루소마저도 '사회계약론'에서 "법은 재산가에게는 도움이 되어도 무일푼인 자에게는 항상 괴로움이다"고 갈파했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법감정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와도 통한다. "교수대는 가난한 자들만의 것이다"는 프랑스 속담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달리 법을 찬양하는 말들. 소크라테스의 "악법도 법이다"는 말이 대표적일 것이다. 또 플라톤의 "올림픽 경기에서 이기는 것보다 평생을 두고 국법을 가장 잘 지켰다는 명성을 얻는 사람이 오히려 훌륭한 사람이다"는 말은 준법정신을 강조한다. 천자문에 나오는 율여조양(律呂調陽), 즉 "법은 세상을 고르고 밝게 만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법은 국민들에게 극과 극으로 비쳐진다.

 

마침 법무부가 법의 날을 맞아 수도권 20-49살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에서 대상자들은 법보다 돈이나 권력의 위력이 더 큰 것 같다(91.0%), 기득권층의 위법이 더 큰 문제다(92.7%)고 대답했다. 반면 10.3%만이 "법은 항상 진실의 편이다"고 법에 손을 들어줬다. 또 68.7%가 "법대로 산다고 훌륭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는 현실과 당위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또 한 신문이 인터넷을 통해 법률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전국 성인남녀 5000명을 상대로 법조계 신뢰를 조사한 것도 대동소이하다. 법원·검찰·변호사업계 를 모두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6%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법조 삼륜 가운데 '가장 신뢰한다'는 답변이 법원 16.8%, 검찰 3.6%, 변호사업계 3.1%에 그쳤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법질서 수준은 OECD 30개 회원국중 27위라고 한다.

 

오늘은 법의 날이다. 국민의 준법정신을 높이고 법의 존엄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행사 그 자체로만 그쳐서 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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