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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과 꽃에서 배운 지혜 - 노태선

노태선(한국전력기술 원자로설계사업본부장)

 

사월 중순 무렵이면 우리 회사는 결연을 맺은 전북 장수군의 사과 과수원을 방문하여 농촌 봉사활동에 참여한다. 2004년도 입사한 김병래 대리의 처갓집이 산 좋고 물 맑은 장수군인데 농번기에 사과 꽃과 열매를 제때 따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발 벗고 나서게 된 게 인연이 되어 벌써 3년이 흘렀다. 처음에 사과 농사를 돕다가 장수군의 불우이웃 돕기 후원사업에까지도 나서게 되었다.

 

사월이면 붉은 사과 꽃봉오리가 조그맣게 영글다가 하얗게 피어나는 계절이다. 가지마다 무성하게 매달린 꽃 중에서 어떤 사과 꽃을 솎아내야 할지 교육을 받는다. 그 요령은 가장 실한 꽃을 남겨두고 간격을 두면서 나머지 꽃을 따버려야 한다. 그러나 다양한 위치와 비슷한 꽃들이 뭉쳐 있을 때면 갈등을 하게 된다. 혹시라도 엉뚱한 걸 따거나 실수라도 하면 어쩔까 조바심이 난다. 그런데 꽃을 과감히 따지 않으면 적화 작업이 느려져 일을 진행할 수가 없다. 사과나무 한 그루에 어떻게 그리 꽃이 많이 피어날까 생각해 본적이 있다. 병충해로 상할 사과, 새나 짐승이 먹을 사과, 바람에 떨어질 사과 등을 짐작해서 그런지 나무에는 족히 수 백 개의 꽃이 피어난다. 나무가 미리 무수한 가능성을 펼쳐 놓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꽃이 전부 열매로 맺힌다면 영양분이 분산되어 사과는 볼품없이 작아져 버려 상품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조밀한 꽃 분포를 분산하여 알맞게 밀도를 낮추어 주어야 한다. 마치 논밭의 잡초를 뽑는 김매기나 마찬가지다. 그래야 튼실하고 당도 높은 사과를 수확할 수 있다. 예쁜 사과 꽃을 무정히 꺾어내야 하는 마음을 견뎌내야 한다. 어차피 사과는 먹어야 하는 열매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일도 선택과 집중, 결단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자신이 가진 재량과 힘을 한 곳에 집약시켜야 인생은 비로소 값진 결과를 겨우 얻어낼 수 있지 않을까. 사과는 대구 이남의 산지에서 자라다가 평균 기온이 차츰 올라가 재배지역이 북상하고 있다. 전북 장수는 사과 재배에 투자하여 지금 결실을 얻어내고 있다. 사과 재배는 세월이 지나면 경기도와 강원도로 또 북상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기후가 올라가는 이유는 온실가스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지구와 생태 환경보존을 위해 많은 대안 에너지와 재생 에너지가 거론되고 있다. 태양력과 풍력이 각광받고 화력발전소가 밀려나고 있다. 다행히 원자력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풍부한 에너지를 제공해 주기 때문에 어쩌면 우리가 북돋우고 키워야 하는 미래 에너지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6위의 원전 발전량을 갖추고 국내 전력 생산량의 40%이상을 원자력이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잘 모른다. 30년간 원자력 발전소의 설계와 엔지니어링 기술을 국내 기술진이 차곡차곡 쌓아놓고 대비해 왔었다.

 

바쁜 농사철과 맞물려 농촌에는 일손을 구하지 못하여 애를 태우는 농가가 많다. 허리가 굽은 할머니와 아주머니들과 함께 힘들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사과 꽃을 제 때 따주지 않으면 시기를 놓쳐 버리고 만다. 그러면 무성한 열매가 맺혀 올바른 과실을 내지 못한다. 사과나무에서 선택과 집중, 결단의 지혜를 얻어 본다.

 

/노태선(한국전력기술 원자로설계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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