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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한국 소설

얼마전에 대하 정편 소설 "토지"를 집필한 여류작가 박경리가 별세하였다. 한국 문단의 큰별이었던 그분은 83세를 일기로 돌아가셨으니 아쉬움은 있으나 천수를 다하셨다고 볼 수 있다.

 

25년간이란 인고(忍苦)의 세월속에서 잉태한 소설 토지에 대한 찬사는 다양하다. 그러나 토지 1부의 배경인 경남 하동의 평사리 악양 들판이나 토지 2부의 주무대가 되는 만주의 용정을 작가가 직접 가보지 않았다는 것은 작가의 치열한 체험의식의 부족을 엿볼수 있어 씁쓸하다.

 

바로 한국소설의 일반적 공통점은 작가의 현실 체험에 대한 절실한 욕구의 결여이다. 현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글을 쓰는 것은 어쩌면 자기 신변안전과 보호에 도움을 줄지언정 감동적인 글은 나오지 않는법이다. 이런 점에서는 한때 한국의 문호라는 이광수 역시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든다면 그의 소설 "유정"은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는 개화기의 연애 소설로써는 글을 읽을줄 아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는지 모르지만 주인공 최석이가 여주인공 남정임을 만나기 위해 배가 아닌 비행기를 타고 일본을 갔다든가 소설 후반부에 가서는 최석이가 러시아 바이칼 호수 근처에 통나무를 짓고 은둔했다는 줄거리는 그당시 못먹고 피밥받던 대중들의 삶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장면들이었다.

 

어떤면 에서는 이런 장면들이 문화적 허영심을 충족시켰는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본격적인 공상소설이 아닌 이상 현실성있는 소설을 원한다. 그래서 독서를 간접체험 내지는 추체험이라고 하지 않은가. 이런 점에서 서양 유명작가들의 처절한 체험에서 나온 소설은 생명력이 있다. 러시아 작가 솔제니친이 쓴 "이반데니소비치"는 작가 자신이 수용소에서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한 소설이었다.

 

자기 체험에 비추어 썻기 때문에 문체는 극히 간략하다. 미국의 헤밍웨이가 쓴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라는 소설도 스페인 내란을 몸소 겪은 그였기에 표현에 별다른 미사여구가 없다. 한국 소설이 별로 인기가 없는 이유중의 하나는 현실체험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작가의 머리로만 글을썻기 때문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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