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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기상황과 야당 - 이재천

이재천(민주당 전북도당 정책실장)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대선 평가와 함께 향후 정치에 대한 무수한 분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 공통적인 것은, '이명박은 제 2의 노무현, 실수는 시간문제'라는 것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넘어야 할 많은 산들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도덕성 문제를 필두로 해서 적극적 비토세력이 많다는 것도 심각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력은 있을지 모르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도 커다란 한계였다.

 

국민들은 이명박 후보를 둘러싼 온갖 의혹들을 반신반의하면서도 덮어주듯 당선을 시키면서 그가 잘 해주기를 바랐다. 오히려 의혹과 불신을 통쾌하게 불식시키고 보란 듯이 새로운 정치의 지평을 열어줄 정도의 머리는 있을 것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다. 그가 야당의 정책들을 벤치마킹해서 삶의 질, 사회보장, 시민윤리, 복지, 교육, 의료 등에서 질적으로 선진화하고 국민통합을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상식과 기대의 저 너머에 있었다. 그게 어쩔 수 없는 토건업자의 한계인지, 아니면 보수 능력의 한계인지. 이명박의 리더십이라는 것은 독선적 성향을 띠는 자수성가형 리더십으로 파국적 결과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이렇게 빨리 현실로 다가올 줄은 정말 몰랐다.

 

야당인 민주당(구 신당)은 대선 시,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면 역사의 시계를 되돌려 놓을 것이라고 국민들에게 경고했다. 그 경고 또한 들어맞았다. 그러나 그런 경고를 터뜨려댄 민주당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대선 이후 야당인 민주당의 과제는 진정 막중했다. 이명박의 소위 '실용노선'에 맞설 새로운 이념과 가치를 창출해내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교육, 대북문제, 의료, 복지 등에 있어 이명박 정권에 위기감을 갖는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정책 대안이 나와야 했다.

 

그러나 대선패배를 오로지 공천으로만 만회하려 한 민주당은 조중동의 선동에 맞추어 민주당의 공천을 무슨 '신드롬'으로 만들어 버렸고, 결국 공천은 '용두사미'라는 평가로 끝나고 말았다. 대선패배의 후유증을 길게도 이어가더니 총선 이후 민주당의 무기력과 무능력 상황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장관 해임 실패에서 그 하이라이트를 보여주었다. 현안이 전혀 없는 민주당 당선자 워크숍, 그리고 자기들 문제는 못 보면서 'MB 위기'의 해법을 친절하게도 훈수하는 민주당 최모 의원을 통해 머리는 'MB'만 없는 게 아닌 것이 드러났다.

 

정치가 어려운 시기에 정치인은 두 부류가 있을 것이다. 죽을 정도로 고달픈 정치인, 아니면 즐기는 정치인. 이미 자신이 얻은 기득권, 그것을 즐기면서 말로는 '어쩔 수가 없다', '최선을 다 했다'라고 하는 정치인이 민주당에는 분명 더 많은 것 같다. 야당이 위기면 국가가 위기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 위기 상황조차 넘어서버린 재앙상태인 듯하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그들이 잘 해서였는가?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이라 하지 않았는가?

 

나는 5년 후엔 반드시 정권교체가 되리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악착같이 병든 소고기를 먹이려고 하고, 거의 모든 공기업을 민영화하려 하면서 국가가 국민에게 절대로 손해를 보지 않겠다며 기업가들과 함께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똘똘 뭉쳐 있는데, 5년 후엔 국민들이 파리해져 가는 손으로 한나라당을 심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권교체의 주인공은 진보개혁세력이 아니라 '새 술'이랍시고 끼리끼리 뭉친 변종보수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할 것 같기에 더욱 답답하다.

 

/이재천(민주당 전북도당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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