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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영어열풍 현주소 - 김문덕

김문덕(문학평론가·시인)

 

우리 말 달인 근처에도 못가는 사람들 많은 데, 영어 사교육 시장은 분명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새 정부 인수위원회가 '영어 몰입교육'의 실시를 강조하면서 영어에 대한 한층 증폭된 영어 해일이 밀려온다. 영어를 모국어에 버금가는 '제2의 공용어' 수준으로 인식하게 끌어 올리고 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면 학교는 물론 사회에서도 적잖은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조성하는 정도까지 다다른 것 같다. 더구나 그 열풍이 학교와 사교육 시장은 물론 온 사회가 이 거센 해일에 휩쓸리는 연유로 지금 미취학 유아에서 학교 영어교사 일반 성인들까지 좋건 싫건 영어와의 필연적 '만남'에 점점 더 얽매일 수밖에 없는 국면으로 가고 있다.

 

문제는 국제화 편승도 좋지만 과도하게 우상화된 우리시대 영어 현주소를 저 하늘나라에 계신 세종대왕님은 어찌 생각하실지 궁금하기만 하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사회에서 영어는 단순한 외국어 대접을 받아왔다. 영어에 능통하다는 것은 단순히 일정 수준의 소위 '세속적 출세'를 위한 필수적 수단과 도구를 구비한다는 의미와 상통했다.

 

그 밖에 대학 입시는 물론 공무원 시험을 포함한 대부분의 선발시험에서 영어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공, 직종에 관계없이 취업, 혹은 이후의 승진을 위해서 영어를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이었다. 이런 현주소에서 자기 성공을 위한 수단과 도구이자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객관적 척도로 영어만 존재하게 되었다. 그래서영어는 과도하게 우상화되고 다른 외국어와 차별화된 경향이 짙다.

 

언어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상화된 영어열풍으로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주체들의 문화에 대한 차별화로 나아가 그 주체들의 문화인식에 대한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중대한 점도 지나칠 수 없다. 이런 일들은 학교에서 그간 문법 위주로 공부했고, 회화중심 말하기 공부를 못한 방식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영어는 즐겁게 배울수록 성취 수준이 높다. 영어는 타인과 소통하는 일상의 삶에 매개체다.

 

주변에서 본 예로 영어 읽기도 힘들었던 30대 후반 아줌마 목표는 자기 아기에게 영어동화를 잘 읽어주는 것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아줌마는 시청 영어동화 어린이집 구연강사로 활동 중이다. 한편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토익, 토플 열풍에 따라 관련 교재 시장 규모도 연 200억에서 300억에 이르러 전체 영어인증시험 교재 시장의 70∼80%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떠할까. 일본, 중국, 대만 등의 나라들은 일찍이 국가 주도하에 자체 시험을 만들어 시행중이다. 그리고 토익, 토플 시험이 차지하는 비율은 중국이 2%, 대만 30%, 일본은 39%에 불과하다. 무려 76%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와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외국 주관 영어시험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그에 따른 외화 유출이 심각해지자 우리나라에서도 내년부터 토종 영어능력시험을 자체 개발해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뒤늦은 일이지만 천만 다행스런 대안이라고 여겨진다. 그렇지만 일부 학자는 이러한 정부정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국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영어능력시험 개발을 위해서는 충분한 연구와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현재 사회 분위기로 보아서는 영어열풍 잠 재우고 생각을 바꿔줘야 더 좋은 세상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취업을 위해 그 많은 돈을 들여서 영어 공부를 하는 오늘날이지만, 외국어가 그저 좋아서 가족 모두가 회화중심 의사 소통을 통해 즐거운 생활을 한다면 영어열풍도 사라질 것이다. 서점이나 TV에서도 학습자료가 풍부하니 이젠 학원만이 아닌 학교와 가정에서 영어를 공부해도 넉넉한 세상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영어열풍 제발 이쯤해서 불을 끄자. 토익 점수가 만점이라도 취업이 어려운 한국사회에서 소중한 돈 아끼며, 영어 공부를 효과적 지혜로 터득하며 즐겁고 재밌게 소통하며 살자.

 

/김문덕(문학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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