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식 기자(정치부)
"나에게는 안 가져왔는데 둘중에 하나일 것이다. 나는 안줘도 찍거나, 줘도 안찍을 사람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실시된 전북도의회 의장단 선거와 관련, 상품권 제공설을 전해 들은 한 도의원의 말이다. 자신은 받지 않았다는 장난끼 섞인 말이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의미하는 바가 있어 보인다. '주면 찍을 사람'이 있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달리 표현하는 의원도 있었다. "상품권은 선물로 볼수 없다. 의원들끼리 자신의 지역 특산물을 주고 받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이번 선거에서 상품권은 오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품권 제공설을 부인하면서, 특산품 선물은 너무 문제삼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엿보인다.
물론 동료의원들간 상품권이나 선물을 주고 받을 수는 있다. 상당수 의원들의 말대로 상품권은 특정 의원만 관계되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마라'는 말이 있듯이 시기와 장소에 따라선 적절치 않을 수 있다. 단순한 '성의표시'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특산품 선물도 문제가 된다는 것을 도의원들이 모를 리 없다. 그동안의 관행에 익숙(?)해진 탓으로 돌린다면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도의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실시한뒤 해명할 필요가 있다. 또 이같은 문화가 그동안의 관행이었다면 이번 기회에 철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개선하겠다는 의지 표명도 있어야 한다.
가뜩이나 의장단 선거의 후유증으로 후반기 의회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논란을 그냥 덮어둔다면 선거 과정의 갈등 봉합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후반기 의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시험대에 오른 의장단이 이번 파고를 어떻게 넘어설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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