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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런던 올림픽과 태권도 - 정재규

정재규(전 미국태권도 국가대표감독)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지도 벌써 10여일이 지났다. 흥분과 환호 속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 국민들도 이제 차분히 일상생활로 돌아가 장애인 올림픽과 4년 뒤 개최될 런던올림픽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출전한 모든 선수들과 임원진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드리며 이번 올림픽 결과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평생을 수련해오고 이제는 또 다른 직업이 되어버린 태권도에 대한 견해에 대해 태권도를 사랑하는 태권도인과 국민들의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

 

필자는 태권도를 사랑하는 태권도인 으로써 해외에서 21년 동안 태권도 사범을 했으며 지금은 한국 체육 대학교 태권도학과 교수로 후진양성에 일조를 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 태권도 4체급 한국체대 제자인 황경선, 차동민이 금메달을 따 교수로써, 태권도 종주국의 국민으로써 전 체급 출전 금메달 석권에 대하여 참으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 물론 나와 마찬가지로 국민들과 우리 태권도인들 역시 이번 4체급 석권에 대하여 종주국으로써의, 체면과 위상을 세운 쾌거라고 기뻐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4체급 "싹쓸이"가 차기 올림픽에서 퇴출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요소 중 하나 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한국에서 태어난 태권도가 우여곡절 끝에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었지만, 올림픽이 열릴 때 마다 종주국인 한국에서 금메달을 싹쓸이 해가는 모습을 강대국, 특히 유럽이나 미국 IOC 위원들이 좋아할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퇴출시키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 일본 가라데나 중국의 쿠푸, 아니면 브라질의 카포에라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는데 올림픽이 열릴 때 마다 종주국에서 금메달을 싹쓸이 해간다고 생각해보자. 서양의 강대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그 종목을 올림픽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할 것이다.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영원히 남을 방법은 이제 종주국 차원을 넘어 세계화가 된 태권도를 세계인들에게 돌려주는 방법밖엔 없을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현 올림픽 출전 체급 8체급중 우리는 1∼2 체급정도만 금메달을 따고, 안타깝지만 나머지 6∼7체급은 6개 대륙 강대국에 하나씩 돌아가게 하고, 특히 유럽에는 2개정도 금메달이 돌아가게 하면 좋겠다. 올림픽이 생긴 이후 한 번도 메달을 따내지 못한 나라에 은메달이나 동메달이 돌아갈 수 있게 한다면 우리의 태권도는 체육 약소국에 메달을 선사함으로써, 메달을 여러 나라가 골고루 나눠 가져 결과적으로 올림픽과 여라 나라의 체육 발전에 기여하는 바람직한 종목으로 인식되어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에서 빼려고 해도 강대국이나 태권도 덕분에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메달을 따본 체육 약소국 IOC위원들이 먼저 절대로 태권도를 퇴출시켜서는 안 된다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의 지지를 하고 나설 것이다. 올림픽에서 우리가 금메달을 못 따와도 태권도는 영원히 우리의 것이며, 이것에 자존심 상할 것도 없다.

 

시야를 넓혀 국제적인 시선으로 생각하고 판단한다면, 오히려 서양인들과 전 세계인들이 올림픽에서 한국말로 구령에 맞춰 태권도 경기를 진행시키는 모습에 흐뭇함을 느끼고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태권도는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금메달을 싹쓸이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에게 메달을 골고루 나눠줘 다른 나라 IOC위원들이 먼저 나서서 태권도가 퇴출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높이 뛰어 오리기 전 움츠리는 개구리의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

 

/정재규(전 미국태권도 국가대표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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