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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용담댐 건설로 물속에 잠긴 고향 바라보는 이용구씨

"싸리문 열고 들어가 툇마루에 앉아 이웃과 정담 나누던 그때가 좋았제"

진안 용담면 월계마을 이용구 이장이 물속에 잠긴 고향땅을 가리키고 있다. 그는 예전 집 뒤에 있던 성묘길을 지금은 3km에 이르고 있다. (desk@jjan.kr)

"툇 마루에 걸쳐 앉아 사람사는 얘기를 하던 옛 날(수몰전)이 좋았제! 정이 넘쳐나던 그 때만 혀도 한 발짝만 떼면 조상 묘가 지척이었는 디 말여, 이젠 추석 때 한번 선산을 찾아보는 정도니…."

 

용담댐 건설로 9년전 고향 땅인 진안 용담면 수천리 원장마을에서 월계마을로 이주한 수몰민 이용구씨(72·월계마을 이장)의 한서린 소회다.

 

추석이 다가오기에 그 회한이 더하다는 이씨. 깊게 패인 그의 주름진 얼굴에서 고향을 잃은 상실감이 여실히 묻어난다.

 

추석이 되면 으레 친척들과 함께 고향에 모여 차례를 지내는 아주 평범한 삶을 포기한지도 이미 오래. 그러한 서글픈 명절이 9년째 이어지고 있다.

 

명절을 쇠러 오는 자식들 마저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만 널름 내비치고 가기 일쑤인지라, 온 가족이 한 데 둘러앉아 회포를 풀기도 사실 힘들다는 이씨. 아련한 자괴감이 밀려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번씩 다녀간 자식들이 쥐어 준 알토란같은 용돈에 그나마 삶의 위안으로 삼는다고 전한다.

 

그도 그럴것이 이장일을 하고 받은 수당 22만원에다 작은 점포를 통해 벌어들이는 몇 만원도 안되는 하루매상으론 생계조차 이어갈 수 없다. 겨울철엔 기름값이 없어 차디찬 방에서 잠을 청하기를 수년째.

 

살기가 너무 힘들어 노령수당이라도 받아보려했다. 하지만 삶의 족쇄가 되어버린 용담댐휴게소 사업자등록증때문에 그마저도 녹록치 않다. 전기세 등을 빼고나면 실질적인 소득이 없음에도 말이다.

 

그렇다고 어렵사리 장만한 가게를 때려칠 수도 없는 그에게 농삿일은 아예 꿈도 꾸질 못한다. 일굴 땅도 없으려니와 부인(조순이·70) 마저 고혈압과 당뇨로 수족을 거의 못쓰는 등 늘 골골한 연유에서다.

 

수몰 당시 지금의 터로 이주해오면서 받은 보상금 1억원으로 2500㎡ 남짓한 임야를 구입, 집과 점포를 짓고나니 남는 땅이라곤 33㎡의 텃밭이 전부였다.

 

손에 쥐는 소득은 그리 많지 않았지만, 1000㎡규모의 전답에서 일군 인삼으로 생계를 이어가며 동네주민들과 살갑게 지냈던 그 옛날이 그래도 나았다고 회고하는 이씨.

 

"수몰된 고향 땅이 소재지에 위치해서 그런지 참 많이 살았지. 한 300명은 족히 넘을거야. 추석때면 싸리문 열고 들어가 툇 마루에 앉아 정담을 나눴는디…."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용담댐 건설로 고향 땅만 잃은 게 아녀. 사람냄새나는 그 정감과 어린 추억까지 앗아갔지. 난 지금이 싫어. 한발 떼면 선산이 코앞이었던 그 옛날이 그립구먼"이란 말로, '삼간초가'시절을 애써 들춰냈다.

 

조상의 묘가 집 바로 뒤에 있어 밭일을 하다 시시때때로 찾아 (잔디라도 손봤지만, 지금의 현실은 다르다. 구치(아홉고개)를 넘고 차길로 3km를 달려야 조상을 뵐 수 있다.

 

그래서 1년에 한번, 추석때 찾아오는 자식들이 몰고온 차량에 의지해야만 성묘길에 겨우 나설 수 있다는 이씨. 조상에 대한 죄스러움에 스스로를 자책한다.

 

"10년 전 이곳으로 이주해 올 때만해도 달랑 (자신의 집)한채 뿐이었다"면서 "지금은 그나마 10세대(20여 명)로 늘긴 했지만, 이웃간의 왕래가 거의 없어 외롭긴 매한가지"라고 한탄했다.

 

1년에 1차례 필요에 따라 만나 옛 추억을 되새기고 회포를 풀며, 가끔 여행도 같이 떠나는 '원장계'(옛 고향 주민조직)만이 그의 울적한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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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문 sandak7@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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