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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인생] 김제 시민의 장 효열장 받은 일본인 '마쯔나가 가쯔꼬'씨

어려운 살림에 시아버지 뇌졸증, 시어머니 중풍, 남편 뇌종양, 자신은 자궁암..한결같은 효심 빛나

김제 용지면 마쯔나가 가쯔꼬씨와 시어머니. (desk@jjan.kr)

"저는 이제 우리 시어머니가 안계시면 하루도 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처음에는 말이 안 통해 힘도 들었지만 이제는 왠만한 의사소통과 함께 한국음식까지 잘 만들고 있어요. 비록 맛은 장담 못하지만 우리 시어머니는 짱이다네요(웃음)"

 

지난 1992년 신앙으로 만난 현재의 남편(45)을 따라 이국만리 일본에서 김제 용지면으로 시집 온 마쯔나가 가쯔꼬씨(45). 가쯔꼬씨는 시집오자 마자 병석에 누워 있는 시어머니(76)와 해후한다.

 

일본 가고시마현 아끄네시(市)에서 태어난 가쯔꼬씨는 가고시마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오사까로 건너가 직장생활을 10여년 넘게 하다가 특정 종교와 인연을 맺었다.

 

"어느날, 미디어센터라는 곳에서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는데 나에게는 충격적이자 상상도 할 수 없는 좋은 내용이었지요. 이후 그 내용이 종교의 가르침이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아 마음을 굳혔습니다"

 

가쯔꼬씨는 이후 지인의 소개로 현재 남편을 소개받아 만난지 이틀만에 결혼에 골인한다. 결혼 후 가쯔꼬씨는 남편을 따라 김제에 내려와 신방을 차렸지만 남편 가정형편이 녹녹치가 않았다.

 

중풍으로 쓰러진 시어머니는 2급 장애인으로 혼자서는 거동을 할 수 없는 처지여서 시어머니의 일상생활을 모두 도맡아야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시집 온 지 9년여가 지난 2001년 시아버지 마저 당뇨와 뇌졸증으로 쓰러져 2005년 세상을 떠날때까지 병간호를 맡아야만 했다.

 

여기에 2003년에는 남편도 뇌종양으로 쓰러지고 급기야 자신도 2005년에 자궁암 수술을 받아 온 식구가 병마와 싸워야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천성이 고운 가쯔꼬씨는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시댁식구들의 부름이라 받아들이고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원래 우리 일본 조상들이 한국 조상들에게 못할 짓을 많이 했다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우리 일본사람들은 한국사람들에게 그동안 지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희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 모든 어려움을 희생과 아름다움으로 이겨내 한국 조상들에게 조금이나마 죄를 갚고 싶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산교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국사회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고 있는 고부간의 갈등도 가쯔꼬씨에게는 남의 얘기에 불과했다.

 

잠시라도 시어머니를 못뵈면 못살겠다며 취재도중에도 시어머니 병수발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시어머니 칭찬에 목이 마를 정도로 시어머니를 챙겼다.

 

시어머니 역시 누워 있으면서도 며느리 이야기가 나오자 일어서려 안간힘을 쓰며 며느리 칭찬에 열을 올린다.

 

화장기라곤 하나 없는 얼굴로 기자를 맞은 가쯔꼬 씨는 "얼굴이 예쁘게 안나오면 어떡하느냐"고 수줍어 하면서도 시어머니가 화장실을 가야될때라고 양해를 구한 후 시어머니를 모시고 화장실로 향했다.

 

"처음 한국으로 시집간다고 하니 친정 부모님께서 극구 반대를 했지요. 그러나, 저의 확고한 신념을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끝까지 설득하여 결국 한국으로 시집을 왔습니다. 후회안하냐고요? 절대 후회하지 않고 시어머니와 남편, 우리 애들하고 천년만년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2남1녀를 두고 있는 가쯔꼬 씨는 현재 살고 있는 마을에서도 인기 짱이다. 지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부녀회장직을 맡아 자원봉사 활동과 이웃돕기 활동에도 발벗고 나섰다.가정에서는 어머니·며느리로서, 마을에서는 부녀회장을 맡아 몇사람 몫을 해내고 있다.

 

이 같은 가쯔꼬씨의 선행이 주위에 알려져 지난 2006년 현죽효행상(효부상)과 2007년 전주MBC- 라이온스 봉사대상 등을 수상했고 지난 1일 제14회 김제시민의 날에는 시민의 장 효열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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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우 dwchoi@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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