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의 용역은 자체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내부 진단이 객관적 평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경우 실시한다. 전문가 집단의 도움을 받아 사업 타당성이나 완성도를 높이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거액의 예산을 쏟아 붓고도 단순 보고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다른 용역과제의 짜집기에 그치는 경우가 상당수다. 또 사업 추진 주체의 주문에 의한 맞춤형 용역, 감사나 민원에 대비한 책임 회피성 용역, 관례답습형 용역, 예산 밀어내기식 용역 등도 여전하다.
도내 자치단체의 경우 이러한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북도의 경우 해마다 100억 원 안팎이 용역비로 쓰인다. 완주군의 경우 올해 74건 65억 원에 이르고 있다. 해마다 20% 이상 용역비가 늘고 있다. 이중 상당수 용역이 '남발' '중복' '부실'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일부 용역과제는 실효성이 낮아 캐비넷에서 잠자는 경우도 없지 않다. 결과적으로 관변 학자나 용역업자들의 호주머니를 불려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자치단체장들이 업자를 도와주거나 생색내기, 심지어 이익을 챙기는 창구로 활용되기도 했다.
물론 기본조사 설계나 실시설계 등 법적으로 의무화된 용역도 있고, 미래 비전을 제시하거나 사업을 한 단계 높여주는 알찬 용역도 있다. 이러한 용역은 적극 권장해, 자치단체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활용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체 인력과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용역은 스스로 소화하는데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조직내에서 용역을 수행할 경우 예산 절감뿐 아니라 전문성 향상, 기술개발 등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용역을 내실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심의와 평가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심의위 구성시 전문성과 객관성이 검증된 민간 인사를 대폭 늘려 사전 심사가 충분히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용역보고서에는 연구자와 함께 담당 국장과 실무자 등의 이름을 싣는 용역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 사후 성과평가제를 정례화하고 용역보고서는 언제든 열람이 가능하도록 일반에 공개되어야 마땅하다. 이와 함께 지방의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용역의 타당성과 효율성을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
용역은 잘 활용하면 약이 되지만 잘못하면 예산낭비라는 독이 된다. 엄격한 심의와 평가로 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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