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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사태 방치한 경찰서장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한 장애인들이 '경찰이 장애인의 버스 탈 권리를 침해했다'며 경찰서장 사과를 요구, 전주 완산경찰서 계단을 기어서 오르는 사태가 발생했다.(관련기사 6면)

 

장애인들이 계단을 올라가는 현장은 처절했다. 비장애인이라면 1분도 채 걸리지 않을 계단을 기어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10여분. 옷은 온통 땀으로 젖었고, 몇명은 계단을 오르다 실신하기도 했다. 단지 사과를 요구했을 뿐인데 장애인들은 왜 실신까지 하면서 계단을 기어올라가야 했을까. 현장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이날 장애인들의 울부짖음에 오히려 기름을 부은 쪽은 경찰 간부의 언행이다. 여기에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해 지휘능력을 보여줘야 했을 경찰서장의 잘못된 판단이 한몫을 했다.

 

사태가 길어진 이유에 대해 경찰서장은 "장애인들이어서 자정쯤에는 귀가할 것으로 판단해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부하직원이 있는데 공인인 서장이 함부로 사과를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도 덧붙였다.

 

농성현장의 상황 보고가 잘못되어서였을까. 아니면 제대로 된 보고를 받고도 경찰서장 스스로 '시간이 지나면 제풀에 꺾여 돌아가겠지(?)'하는 생각을 해서일까. 어느쪽이든 추측일 뿐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은 처음부터 '서장 사과를 받지 않고서는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켰다는 점이다.

 

농성이 끝난 시간은 새벽 4시경. 장애인들은 11시간을 기다리고서야 서장으로부터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을 수 있었다. 상황을 마무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아침이슬'을 목 놓아 부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장애인들은 경찰서장의 유감 표명을 받고서야 동트기 시작한 새벽, 집으로 돌아갔다. 밤을 꼬박 새워야 했던 농성 장애인들은 몸이 천근처럼 무거웠을 것이 틀림없다.

 

그들의 절규를 들으면서도 경찰서장은 왜 '유감표명'을 거부했었는지 다시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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