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아침 인사 나누는 전통 잇고 싶었죠"
"저는 장수 번암면에서 자랐습니다. 시골이라 설날만 되면 어르신들께 절을 올리고, 큰집, 작은 집을 거쳐 동네 어르신들께 세배하러 다니곤 했죠. 배고픈 시절이라 세뱃돈이랄 것도 딱히 없어 가는 곳마다 떡국 한 그릇 먹는 게 낙이었어요. 그 재미로 어르신들께 인사를 다녔죠. 참 좋았습니다."
선자장 조충익씨(62·사진)는 올해도 손님을 맞느라 분주하다. 조씨는 4년 전부터 도내 문화예술계에 공로가 있는 지역 어르신들을 모시고 세배를 올리고, 떡국을 나누는 행사를 해왔다. 새해 아침 서로 인사를 나누는'단배식(旦拜式)'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당시 전주미협회장이었던 박상규씨와 뜻을 모아 시작한 것.
전통문화교육관인'설예원'을 빌려 해왔으나, 2007년 자신이 운영해오던 전주 대성동 죽전 선자방으로 옮겨 혼자 꾸려오고 있다. 이곳 저곳에서 장소를 빌려주겠다는 제의도 있었지만, 지인들을 초대해 소박하게 꾸리는 자리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사양하게 됐다고. 대신 아내가 조촐하게 나마 떡국상을 손수 마련하고, 직접 만든 부채를 선물하는 등 정성으로 보탰다.
"처음엔 어떤 분들을 초대할까 고민 많이 했습니다. 다른 분야는 잘 알지도 못하니, 문화예술계에 오랫동안 몸 담으셨던 분들을 해야겠다 했죠. 연령대도 고심했습니다. 결국 퇴직 교육공무원 연배를 기준으로 65세 이상인 분들을 주축으로 했어요. 더 많이 초대하고 싶지만, 여력이 안 돼 올해는 20여분 정도 초대했습니다."
물론 지난해에 비해 많은 분들이 함께 하지 못해 아쉽지만, 소박한 자리의 뜻을 잃지 않고 이어가고 있다는 데에 대한 자부심은 크다. 정치인들을 일절 초대하지 않는 것도 이런 취지.
새해 소망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선자장으로서 올해'단오부채전'을 통해 전주를 알리는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는 답이 되돌아왔다. 여름의 부채는 젖은 것을 말릴 수도 있지만, 겨울의 부채는 신바람의 불씨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 죽전 선자방 한켠에 걸려 있는 그의 부채들은 다가올 신바람의 여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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