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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일자리 나누기' - 박인환

임금삭감등의 고통분담을 통해 젊은이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주려는'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행정기관·공기업에 이어 민간기업도 동참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 운동을 외환위기 당시의'금모으기 운동'처럼 국가 브랜드로, 또 시대정신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복안이다.

 

본래 잡셰어링은 임금을 삭감해 거기서 남는 돈으로 신규 채용을 늘린다는 개념이라기 보다는 노동시간을 줄여 고용을 유지하거나 일자리를 늘린다는 의미다. 1990년대 초반 독일의 폭스바겐이 노동시간 단축과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경제위기 고비를 넘긴 모범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 추진되고 있는 잡셰어링은 너무 임금삭감에만 초점이 맞춰진데다 일자리도 질(質)보다는 양(量)을 위주로 밀어붙이다 보니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보다는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임금삭감은 우선 공공과 민간부문을 망라해 대졸 초임을 평균 14% 정도 깎아 연봉 2500만원 수준으로 낮춤과 동시에 행정기관에서는 5급 이상, 공공·민간기업에서는 임원급의 임금을 일정 비율 삭감하고 있다.

 

임금을 깎아 채용을 늘린다하더라도 추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할 자리가 없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인턴을 채용해놓고도 뚜렷하게 시킬 일이 없는 프로그램의 빈곤이 이를 입증해주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임금이 깎인 당사자들이 자연스레 지갑을 닫게되면 무엇보다 급한 내수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에서 잡셰어링을 빌미로 희망퇴직의 이름을 빌려 강제해고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외환위기 당시 금모으기 운동은 국민들이 나라의 위기극복에 동참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금을 팔아 수중에 돈이 들어오는 대가가 있었다. 이같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국민들의 열정을 한데 모으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현재 추진되는 잡셰어링은 미래의 불투명한 경제회생을 전제로 당장 희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금모으기와는 근본적으로 동인(動因)이 다르다. 현실적으로 진정한 형태의 잡셰어링은 아니더라도 좀 더 치밀한 계획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조급함은 버려야 한다.'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식의 일자리 나누기는 언제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박인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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