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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완주군에서 무궁화의 향연 느끼자 - 임정엽

임정엽(완주군수)

 

'새와 짐승도 슬피 울고 강산도 찡그리니(鳥獸哀鳴海嶽嚬),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槿花世界已沈淪),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지난날 생각하니(秋燈掩卷懷千古), 인간 세상에 글 아는 사람 노릇하기 어렵기만 하구나(難作人間識字人)'

 

1910년 한일병탄으로 대한제국의 국권이 침탈되자, 이를 통분해 자결한 매천(梅泉) 황현(黃玹)이 남긴 7언 절구 절명시(絶命詩) 중의 일부다.

 

일제에 의해 국권이 침탈된 것을 '무궁화 온 세상이 이젠 망해 버렸어라'라고 표현한 것에 매천 선생의 통분과 절망이 묻어난다.

 

주지하다시피 무궁화는 국화(國花)다. 문헌에는 무궁화가 국화가 된 명확한 근거는 나타나 있지는 않지만, 우리 민족과 연관돼 있는 것을 살펴보면 역사적으로 그 연원이 고조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거의 반만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우리 나라의 상고시대를 재조명하고 있는 '단기고사' 에는 무궁화를 근수라 하고 있으며, '환단고기' 에는 환화, 천지화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의 '규원사화' 에서는 훈화로 표현하기도 했다.

 

외국인의 시선에도 무궁화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나라꽃임이 여실히 증명되고 있다. 구한말 영국인 신부 리처드 러트가 쓴 '풍류한국' 에 보면 프랑스, 영국 등 세계의 모든 나라꽃이 그들의 황실이나 귀족의 상징이 전체 국민의 꽃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우리의 무궁화만은 유일하게도 황실의 그것이 아닌 백성의 꽃 무궁화가 국화로 정해졌고, 무궁화는 평민의 꽃이며 민주전통의 부분이라 쓰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는 무궁화가 우리 국민과 애환을 같이하며 겨레의 얼로 민족정신을 상징하는 꽃으로 확고히 부각되었고, 이후 많은 고통 속의 민족에게 꿈과 희망을 주며 역사와 더불어 자연스레 겨레의 꽃으로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이렇듯 소중한 나라꽃 무궁화를 너무 소홀히 취급하지 않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매년 봄마다 전국에서는 수많은 벚꽃축제가 열린다. 그 개수만해도 30개가 넘는다.

 

반면 국화인 무궁화의 아름다움과 다양함, 나아가 그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축제는 하나도 없다.

 

무궁화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널리 알리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우리 것에 관한 것, 국가관에 관한 것 등을 가르칠 곳이 전무한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지난 4월 16일 박철곤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전북일보의 '타향에서' 기고란에서 주장한 무궁화를 주제로 한 축제의 필요성에 필자는 크게 공감하는 바이다.

 

그는 '무궁화가 주인인 여름꽃 축제 없을까'라는 글에서 "어느 일부 지역에서라도 축제를 벌이는 꽃 옆에 우리꽃 무궁화도 함께 심는 성의를 바랄 수는 없을까?... 끈질긴 우리 민족같은 무궁화가 주인공이 되는 여름꽃 축제는 불가능할까?"라고 아쉬워했다.

 

비록 현재는 박철곤 전 차장의 아쉬움을 채워줄 수는 없어도 그리 실망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바로 완주군이 무궁화 테마식물원을 조성해 자생식물원, 생태숲, 자연휴양림 등과 연계해 국내 제일의 자연 생태 탐방?체험?교육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나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녹색자금 19억 등 국비 24억원은 물론 최근 산림청으로부터 무궁화 테마도시 선정됨에 따라 40억원의 추가 사업비를 확보해 사업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궁화 테마식물원에는 100,000㎡ 규모의 무궁화동산과 무궁화 산책로, 세계나라꽃 전시관 등이 들어서며 오는 2010년이면 모두에게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랑스런 나라꽃인 무궁화의 향연을 청정환경을 자랑하는 완주군에서 느낄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

 

/임정엽(완주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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