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이 돈거래 반드시 차용증 써야
(문) 아들이 자영업을 하는데 지금까지 꽤 건실하게 사업을 유지해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기가 너무 나빠져 꽤 힘들어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저를 찾아와 사업 자금이 필요하니 도와달라고 하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사업 자금을 대주고 나서 아들이 저와 제 집사람을 나 몰라라 할까 두려운 마음도 있어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답변)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 자녀들로부터 사기를 당하고 외국에 버려진 노부부들 이야기가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해외에 있는 자녀들이 부모에게 국내의 재산을 모두 팔아서 해외로 오면 자기들이 부양하겠노라고 약속해놓고 재산만 가로채고 부모는 그 나라에 방치한 사례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부모들이 본인들 재산을 모두 자녀들에게 주고나면 자녀들로부터 괄시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단순한 우려이기만 한 것은 아닌가봅니다.
문제는 그런 식으로 부모의 재산을 모두 가져간 자녀가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를 부양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가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자녀의 간절한 바람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일 것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 동네 아저씨들이 저희 할아버지 집에서 와서 조그만 쪽지 같은 것을 써놓고 돈을 빌려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는 전문 대부업자도 아니었고 돈을 빌려가는 분들도 다 같은 종중원들이어서 상당히 가까운 분들이었는데도 저희 할아버지는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꼭 서면을 작성하고 빌려주었던 것입니다. 아마 그런 습관 때문에 저희 할아버지는 평생을 별 다른 분쟁 없이 살 수 있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는 너무 어려서 그 의미를 잘 모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현명한 습관이 아니었나싶습니다. 남의 도끼가 아니라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고 법적 분쟁의 상당 부분이 가까운 지인들 사이에서 벌어집니다. 가까운 사이에 서면을 작성한다는 것이 서로 간에 껄끄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그 방법만이 서로의 관계를 보장해줍니다.
부모 자식 사이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산을 모두 넘기고 나서 자식을 탓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그전에 "부 갑은 자 을에게 A를 넘기고 자 을은 A를 넘겨받는 시점부터 부 갑을 부양한다. 만약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A의 증여는 해제조건의 성취로 무효가 된다"(이 경우 며느리도 부양의무자에 꼭 포함시켜야 합니다)는 서면을 작성해서 서로 서명을 하고 공증까지 받아둔다면 자녀의 배신으로 억울해할 일은 없지 않을까 싶네요. 자녀의 배신까지 염두에 두면서 살아야 하는 세태가 안타깝기는 하지만 매사에 조심하면서 사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가까운 사이일수록 돈거래를 할 때 간단한 서면을 작성해두는 것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돈을 건네줄 때는 반드시 은행 이체 등 증거를 남기도록 하시고 돈을 갚을 때도 절대 확인증 없이 현금을 건네시면 안 됩니다.
/박정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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