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진작가·봉사활동 '분주'…1700여점 카메라 수집 박물관 꿈
하나의 직업을 가지기도 힘든 요즘, 4가지 일을 동시에 벌이면서 또 다른 꿈을 꾸는 별난 인생이 있다.
조창환 고창신문 대표(52·우석대학교 산업디자인과 교수). 조 대표는 1989년 고향 고창에 지역신문을 창간해 지금까지 발행인으로 활동하고 있고, 사진작가와 대학교수, 자원봉사활동가로 분주하다. '1인 4역'하기에도 바쁜 그가 최근 꾸는 꿈이 있다. 바로 카메라박물관 설립이다.
까까머리 고교시절 카메라와 첫 만남을 가진 뒤 그 매력에 푹 빠진 그가 30년 동안 모아온 카메라 1700여점과 카메라에 담긴 수많은 역사를 일반인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명감에서다.
"급변하는 디지털 문화환경 속에서 앞으로는 영상언어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겁니다. 그러면 영상매체의 기술적 발전 못지 않게 영상기술을 실생활에 접목, 편리한 기술을 활용해 미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메라 박물관은 바로 영상기술과 실생활을 연결하는 고리인 셈입니다."
미래 영상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조 대표는 농경 생활용품을 모아온 부친의 영향을 받아 고교시절부터 카메라를 모으기 시작, 한번 손에 들어온 카메라는 절대 되팔지 못하는 열혈 카메라 애호가로 살아왔다. 조 대표의 카메라 수집은 해외여행을 가서도 꼭 그 나라에서 만든 카메라를 구해야 직성이 풀릴 만큼 세계 각국의 카메라에 매료됐다.
그의 집 2층에 따로 마련한 카메라 보관실에는 185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카메라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희귀한 카메라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방아쇠를 당겨 셔터를 누르는 구 소련제 카메라를 비롯해 바늘구멍으로 피사체를 보는 목제 박스형 카메라, 주름상자식 대형 카메라, 쌍안경 카메라 등이 눈에 띈다. 여기에 카메라 관련 기자재와 영사 영화, 릴데크 등도 각양각색이다.
조 대표의 뜻을 전해들은 지인들의 기증도 이어졌다. 언론인 진기풍 선생은 카메라 여러대를 내놓았고 영화 '타짜'의 감독 최동훈씨도 소장 카메라를 선뜻 내줬다.
"카메라와 영상을 단지 보여주는 박물관이 아닌, 직접 찍어보고 현상할 수 있는 체험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조 대표는 고향인 고창이나 영상도시 전주에 제대로 된 카메라 박물관을 열고 싶다고 밝혔다.
조 대표의 카메라에 대한 열정과 관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국을 누비며 사라져가는 우리네 전통 민속과 풍광을 담아냈다. 84년 첫 개인전을 연 조대표는 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과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 등 활발한 사진활동을 전개했다. 전공은 문학이었지만 카메라와 맺은 인연 덕에 대학에서도 카메라 관련 강의를 펼치고 있다.
또 카메라는 사회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 올해로 11년째 시골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며 노인들의 영정사진을 촬영, 무료로 선물하고 있다. 지금까지 찍은 사진만 1만장이 넘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처음엔 노인들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저를 위해 무료 영정사진을 찍어드리고 있습니다. 영정사진을 찍고 나면 뭐든지 술술 잘 풀리고 복을 받으니까요."
1989년 언론자유화 이후 처음으로 지역신문을 창간해 19년 동안 고창신문 발행인으로도 활동해 온 조대표는 고창신문의 존재 이유를 고창의 문화와 인물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피력했다. 카메라 사랑에 30년을 아낌없이 바쳐온 조 대표가 1인 4역에 박물관장이라는 역할과 생애의 꿈이 조만간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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