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률(대한민국상이군경회 전북도지부장)
지난해 금강산 피격사망 사건이 발생한지 11일로 만 1년이 됐다.
당시 숨진 박씨(53)는 김제 출신으로 고등학교를 마친 뒤 상경해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 평소 여행 한번 제대로 하지 않을 정도로 근검절약하는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주부였다. 또 개인적으로는 단 한 차례도 여행을 하지 않았던 박씨의 금강산 여행이 생애 첫 여행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금강산 피격사건 1년을 맞아 통일부는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 위해서는 남북 당국간 협의를 통해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신변안전 문제에 대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우리 국민들에게 단 한마디 사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또다시 개성공단에 근무하던 현대아산 주재원 유모씨를 '탈북책동과 체제비난'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해 변호인 등 외부인 접견을 차단한 채 100여일 넘게 억류하고 있다.
북한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등에 따라 유씨에 대한 접견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유씨를 즉각 석방해야 한다.
남북합의서 규정은 차치하고라도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국제 관례에도 명백히 어긋난 비인도적 처사로 엠네스티 국제사면위원회도 북한의 행태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1, 2차 개성공단 실무회담에서 유씨에 대해 '별 탈 없이 잘 있다. 출입 체류 합의서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했다가 개성공단 기업협회에 보낸 통지문에서 '매우 불순한 범죄를 감행해 우리 인민이 용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지난 7월 2일 3차 실무협상에서는 유씨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이처럼 북한이 유씨에 대해 접견을 불허하는 것은 물론 유씨의 건강상태나 소재조차 밝히지 않는 것은 3월말 두만강변에서 불법입국 등 혐의로 체포한 미국 여기자를 다루는 방식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북한은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해 6월 8일 12년 징역형을 선고하는 등 사법절차를 신속히 진행함은 물론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에게 전화통화까지 허용했다.
틈만 나면 민족공조를 외치고'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떠벌리던 북한이 같은 민족의 인권을 이렇게 차별해도 되는가 의문스러울 따름이다.
북한이 유씨에 대한 조사를 명분으로 내세워 계속 억류하는 것은 유씨를 인질삼아 개성공단 토지 임대료 인상 등을 관철하려는 천인공노할 납치인질 사건이나 다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정부의 보다 냉철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북한이 남쪽 주재원들의 신변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사업은 중단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북한에 이런 원칙을 즉각 통고하고 듣지 않는다면 개성공단 폐쇄라는 강력한 조치도 내릴 수 있는 단호함을 보여 주여야 한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나 유씨 억류 사건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2, 제3의 유씨같은 억류자, 또 민간인 피격사건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전 국민적인 관심과 단합된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보다도 더 위험한 것이 '남남 갈등'이라고 한다. 남남 갈등이 심화되는 것은 바로 북한이 노리는 전략이라는 점을 우리 국민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탁경률(대한민국상이군경회 전북도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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