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9 11:14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일반기사

[오목대] 슬로시티 - 박인환

현대사회는 속도가 숭배받는 사회다. 속도가 곧 경쟁력이다. 특히 신자유주의에 기초한 세계화는 무한경쟁을 무기로 삼는다. 모든 일에 신속함과 효율성이 가장 큰 가치로 인정받으면서 빠름은 곧'미덕'이고, 속도는 가치의'척도'가 되었다.

 

인간이 이같은 강박적인 속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여러 움직임 가운데 하나가 슬로시티(Slow city)운동이다. 1999년 10월 이탈리아의 중북부 작은 도시 오르비에토에등 이미 1985년 부터 슬로푸드(Slow food)운동을 벌이고 있던 4개 도시의 시장이 한데 모였다. 이들은 관광객 유치와 소득증대를 위한 도시의 현대적 개발 대신 인간답게 사는 마을을 만드는게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데 뜻을 모으고 자신들의 도시를 슬로시티라고 선언했다.

 

이 모임에서는 슬로시티에 필요한 규약과 7가지 기본 실천이념도 만들었다. 지역의 특성을 유지 발전시키는 환경정책, 자연친화적 기술로 얻어진 식품의 생산과 활용장려, 문화전통과 접목된 토속품 보존등이다. 이들 도시는 선언후 속도지향 사회를 지양하며 지역음식의 재발견, 생산성 지상주의 탈피, 환경을 위협하는 바쁜 생활태도 배격등을 내걸고 슈퍼마켓 대신 재래시장, 다국적기업등이 아닌 대(代)를 잇는 농민, 패스트푸드 대신 전통식당등을 지원했다. 현재 슬로시티는 전세계 16개국 111개 도시로 확대되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전남 신안 증도와 완도 청산도, 장흥군 유치, 담양군 창평등 4곳에 이어 지난 2월 경남 하동 악양면이 가입돼 5개곳이 지정돼 있다.

 

전주시가 최근 한옥마을의 슬로시티 가입을 추진, 기대를 모으고 있다. 내일(22일) 슬로시티 한국본부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한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의 가입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동시에 관광상품 개발과 홍보마케팅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관광중심 도시로 우뚝 서게 한다는 복안이다. 전주 한옥마을은 역사성과 전통성을 비롯 고유음식의 맛도 고스란히 보존된 공간이다. 슬로시티운동의 이념과도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수익증대라는 지난친 경쟁논리에 따른 난개발이 그것 이다. 전주 한옥마을을 시간이 쉬어가는 전통문화 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치밀한 전략과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인환 주필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인환 desk@jjan.kr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