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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쌀직불금제도 개정, 문제많다 - 국주영은

국주영은(전주시의원)

쌀직불금제도는 추곡수매제도가 없어지면서 2005년부터 시행하게 된 제도로서 쌀소득보전직불금이라고 한다. 농지를 실제 경작 또는 경영하는 농업인 등의 소득을 일정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인데, 목표가격을 설정하고, 목표가격과 당해 연도 수확기의 전국 평균 쌀값의 차액 가운데 85%를 현금으로 보전함으로써 쌀농가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도입되었다. 특히 도하개발어젠다(DDA)에 따른 쌀협상 이후 시장개방이 확대되어 쌀값이 떨어지는 경우에도 쌀농가의 소득을 적정수준으로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다.

 

이 제도는 농지를 실제 경작 또는 경영하는 농업인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나, 2008년 농지를 소유한 부재지주들이 농사를 짓지도 않으면서 부당하게 직불금을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농지를 8년 동안 자경하면 양도소득세를 감면받는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이들 가운데는 고위 공직자와 이른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어 더욱 문제가 되었다.

 

이에 대한 문제를 시정하고, 실제 경작하는 농민들이 직불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쌀소득등의 보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2009년 3월 국회를 통과하였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지급대상 농업인의 범위를 제한하고 실경작 농민에 대한 규정 구체화, 직불금 지급제외자 범위확대, 지급상한 설정, 실경작 확인 강화 등이다. 실제로 경작하는 실농에게만 직불금이 지급되도록 조항을 강화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런데 정작 이 법률의 수혜자인 농민들의 반응은 그리 좋지 않다.

 

소작농의 경우 직불금을 신청하려면 실경작 확인서로서 농지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그러나 부재지주들이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해주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부재지주들의 경우 토지 매매시 경작기간 8년을 증명하면 양도소득세 감면되는데, 경작사실은 쌀직불금 수령으로 증빙이 가능하다. 따라서 쌀직불금을 받으면서 자경사실을 증명하는 편법을 써왔고 소작농들은 땅을 빌려 쓰는 '약자' 입장에서 지주의 편법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법 시행 이후 부재지주가 소작농에게 임대차 계약서를 써주면 농지원부상에서 지금껏 스스로 농사를 지어왔다는 근거가 변경되게 되고 결국 토지 매매시 양도소득세를 중과세 받게 되기 때문에 소작농에게 임대차 계약서를 써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소작농들은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 부재지주에게 적극적으로 동의를 구하지도 못하고 결국 쌀직불금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임대계약서 문제만이 아니다. 직불금 신청을 위해서는 실농확인용 이장확인서, 농약·비료·종자 등의 구매 영수증을 일일이 첨부해야함은 물론 전년도 쌀등 농산물 판매 증빙서, 벼 등의 계약재배 확인서등 준비할 것이 너무 많고 까다롭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행정에 어두운 6-70대 어르신들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업무로 인해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외지경작의 경우에도 문제가 있다. 농사를 짓더라도 3700만원 이상 농업외 소득이 있을 경우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다. 외지 경작자의 경우 심사가 워낙 까다로워지면서 탈락됐을 경우 조사를 받거나 사법처리 등을 우려한 일부 신청자들이 아예 신청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상당수에 이른다. 원래 쌀직불금제도가 농민의 소득을 보전하여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인데,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자기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도대체 이 법률의 존재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법의 목적성과 개정안의 취지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에 의한 법 개정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농민의 불만을 해소하고 실질적인 정책이 되게 하려면, 탁상머리에서 벗어나 제출해야 하는 증명서 내용을 현실에 맞게 간소화하는 등의 대안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

 

/국주영은(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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