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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춤, 기적의 무대 천수관음'

EBS 다큐 프라임, 중국 장애인 예술단의 공연

어느 날 공주는 비구니가 되겠다고 했다. 왕은 몇 번이고 말렸지만 공주가 말을 듣지 않자 절을 헐고 승려들을 내쫓았다.

 

천신은 왕에게 큰 병을 내렸다. 혈육의 손과 눈으로 만든 약을 써야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했다. 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공주는 아버지를 위해 손과 눈을 바쳤고, 왕은 병을 치료할 수 있었다. 감동한 석가모니는 공주에게 1천 개의 손과 1천 개의 눈을 줬다. 공주는 천수관음이 되었다.

 

중국에 전해내려오는 천수관음의 전설이다. 이를 배경으로 한 공연 '천수관음'에서는 21명이 한 사람처럼 완성된 몸짓을 선보인다. 손 끝은 사뿐하고, 연기는 능숙하다. 북소리에 따라 표정과 몸동작이 변하는 모습도 절묘하다. 관객들은 감동에 휩싸여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한참 환호를 보내다 공연 '천수관음'에 출연하는 153명의 연기자들이 모두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문득 떠오르면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어떻게 연습을 했을까? 어떻게 장애인이 이런 공연을 할 수 있을까?

 

EBS가 5-6일 방송하는 '다큐 프라임 - 천상의 춤, 기적의 무대 천수관음'은 장이머우(張藝謀) 중국 장애인 예술단의 훈련과정을 1년6개월 동안 밀착취재해 그들이 눈뜬 삶의 본질을 알려준다.

 

2년 전 예술단에 입단한 왕이메이는 음악 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인다. 하지만 그는 사실 음악을 듣고 있지 않다. 그는 청각 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나무 바닥에 엎드리거나 스피커에 손을 대 음악의 진동을 느낀다. 그리고는 자신의 동작과 음악의 박자를 통째로 외운다.

 

시각 장애인들의 무대는 또 다르다. 간격을 좁혀 동료 배우들의 호흡을 느끼며 동작을 차례로 연습한다. 동작의 높이와 위치를 기억하려고 실에 팔을 걸어 고정시키기도 한다. 틀린 사람의 팔에는 검정 사인펜으로 선을 긋는다. 자존심이 강한 장애인들은 팔에 검정색 선이 그이면 개인훈련에 돌입한다.

 

이들 장애인 예술단원들의 위치는 중국에서 상당히 높다. 이들은 국가 주석이 해외 순방을 떠날 때마다 함께 간다. 1987년 설립된 예술단은 지금까지 60여국을 다녔다. 때문에 예술단 입단은 장애인들의 꿈이다. 오디션은 매번 팽팽한 긴장감 속에 치러진다. 물론 오디션 심사위원인 피아니스트 진양휘, 성악가 양하이토우, 화가 황양광도 모두 장애인이다.

 

예술단은 서로 채움으로서 유지된다. 기숙사 생활을 원칙으로 하는 이곳에는 모두 1대1 파트너가 있다. 밥을 먹거나 숙소로 갈 때 단원들은 서로의 눈과 귀가 돼준다. 팔이 없는 황양광도 시각 장애인 단원들의 입퇴장을 돕는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채우고, 서로의 마음을 맞출 수 있었기 때문에 여러 명이 연기하는 천수관음이 한 사람의 동작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천수관음이 가진 1천개의 눈과 팔은 중생을 살피고 구제하는 자비를 뜻한다. 인간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1천 개의 자비. 이것이 중국 장애인 예술단이 완성한 천수관음 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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