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5-12-20 21:06 (Sat)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기고
일반기사

[기고] 친일 누명 벗은 김해강 시인 - 이운룡

이운룡(시인·문학박사)

▲ 「친일인명사전」에서 삭제된 경위

 

 

 

 

지난 11월 8일에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에서 '친일문화·예술인' 163명 중 문학인 42명 가운데 시인 김해강, 박팔양이 빠지고 40명으로 최종 정리되었다. 애당초 친일문학 개척자인 임종국(문학평론가)이 그의 저서인 「친일문학론」에서 김해강의 시 '아름다운 太陽'(1942년 6월 「조광」)이 친일시라고 그 제목만을 제시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하였었다. 근래 친일문학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고 분류한 단체는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족문제연구소, 계간 「실천문학」, 나라와 문화를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 등이다. 이들 단체들은 다시 김해강의 친일시를 2편 더 추가하여 '돌아오지 않는 아홉 장사'(1942년 3월 13일 매일신보), '호주여'(1942년 3월 27~28일 매일신보) 등 3편의 제목만을 적시하였고, 이를 친일시라고 지적하였다.

 

그런데 친일문인 최종 명단에서 제외된 것이다. 친일문인이라고 지적한 문제의 성격은 항일 저항시를 경시하고 친일시만 부각하려 했다는 점과 명확한 근거를 밝히지도 않은 채 성급하게 친일시인으로 낙인을 찍었다는 데 있다.

 

김해강의 경우, 친일에 관한 오해와 그에 관한 해명을 필자 나름대로 분석 해명하면 다음과 같다.

 

 

 

▲ 오해의 발단과 그에 관한 해명

 

시 '아름다운 太陽'은 일장기가 태양이라는 점에서 친일성격으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이는 시인 자신이 1942년 일제 강점기에 시집을 내려고 했으나 조선총독부의 검열에 걸려 좌절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친일시라면 일제가 왜 시집을 못 내게 했겠는가? 전주고 교사 정년퇴임기념으로 펴낸 그의 시집 「동방서곡」(서울: 교육평론사, 1968)에도 이 시가 수록되어 있다. 친일시라면 어떻게 자기 시집에 수록할 수 있었겠는가? 문학작품 속에서 '태양'은 하루의 새로운 시작을 우주적 감각과 광명, 희망으로 상징되는 게 보편적이다. 우리 민족 광복과 새롭게 밝아올 민족의 희망을 상징하고 있는 태양 이미지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판단착오인 것이다. (생존시 본인도 필자의 질문에 대하여 그렇게 말하였음)

 

필자가 펴낸 '일제 강점기 역사현실에 참여하여 애국 정열을 불태운 반일 저항시인' 소제하(小題下)의 「태양의 시, 학의 시인 김해강」(대흥출판사, 1992)에서, 김해강 시인에 대한 7인의 논문과 평론을 수록하여 269페이지 분량의 책을 펴낸 바 있다. 또한 A4용지 30페이지 분량의 소책자로 「일제치하 김해강의 저항시」를 1920년대 농촌과 1930년대 도시 중심의 반일 저항시를 부각시켜 1998년 뉴욕 문학강연에서 발표하였고, KBS전주방송과 약 1시간 가량 대담한 바도 있다. 이 소책자에서 인용한 김해강의 시 12편('도수장' '지주망' '마녀의 노래' 등)에 명백히 드러나 있는 반일 저항의 내용과 함께 소위 한국문학사에서 일반적으로 인식되어온 반일 저항시인 5인과 그들의 저항 시, 즉 한용운('님의 침묵' 등), 이상화('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 심 훈('통곡 속에서' 등), 이육사('황혼' 등), 윤동주('쉽게 씌어진 시' 등) 등의 시들과 김해강의 시를 대조하여, 어떤 시인의 시가 더 반항적이며 사실적인 고발이고, 저항성이 강렬했던가를 비교해 놓은 바 있다. 김해강의 시는 직설적으로 울분을 토로하였고, 전투적인 용사의 독설로써 일제의 폭정과 포악을 향해 피를 토하며 저항하는 시를 남겼다.(지면 관계로 시를 인용, 대조하지 못하였음) 상기한 두 자료는 지금도 20여 권 소장하고 있다.

 

▲ 저항시, 한국문학사에 재조명돼야

 

'예언의 시인, 태양의 시인'(백 철), '겨레의 시인'(박병순), '선학(仙鶴)'(김해성)으로, 그리고 '불의 시인, 민족적 정열의 시인'으로 추앙 받았던 향토문학 내지 한국문학의 큰 별이 뒤늦게나마 친일 문인 명단에서 제외되어 다행스럽다. 더불어 김해강의 반일 저항시는 한국문학사에서 재조명되고 재정리되어야 제대로 된 문학사가 이루어질 것이다. 단순히 정황이나 선입관이나 편견과 같은 인상주의 주관에 의하여 폄하되는 문학적 희생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김해강의 좌우명은 '사무사(思無邪)'이다.(자료를 요청하면 누구에게나 기쁘게 드리겠다)

 

/이운룡(시인·문학박사)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