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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교육이 사교육을 따라 잡으려면 - 강석우

강석우(정읍 인상고 교사)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이셨다. 아버지가 선생님이시니 집에서 많이 가르쳐주실 것이라고 오해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천만의 말씀이다. 아버지께서는 1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서 책을 한보따리씩 빌려다 주시는 것으로 끝이었다. 날마다 해야 하는 숙제를 도와주거나 방학숙제를 도와주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으셨다. 그것이 교육이셨다.

 

나도 교사이다. 조기교육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하였다. 가르치고 싶어 안달하는 애 엄마의 의견을 묵살하고 글자도 영어도 일체 접하지 못하게 했다. 가끔 책을 읽게 하고 읽은 내용을 물어보는 정도로 끝냈고 거의 모든 시간은 놀이터에서 놀게 했다. 시간 날 때면 데리고 다니면서 모든 놀이기구는 다 섭렵하게 했었다.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큰 아들, 큰 손자, 큰 조카를 교육에 관심없는 무자격 아버지(?)에게 맡겨 놓을 수 없다는 애 엄마, 어머니, 동생들의 성화에다 학원 안다니는 학생이 하나도 없는 교실 분위기에 겁먹은 아들의 간청에 못 이겨 학원에 보내기로 했다.

 

그동안 내가 알아왔던 학원은 학교의 학습을 보조해주는 곳이었다. 학원이 학교를 앞서간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아들을 데리고 다니며 몇 군데 면담을 한 결과 난 교사 자격도 없으며 아버지 자격도 없는 무식한 사람으로 치부되었다. 지금도 내 생각엔 변함이 없다. 학원은 학교의 학습을 보조해주는 곳이지 학교위에 군림할 수 없다고. 그러나 그것은 나의 치기일 따름이고 사교육에 뒤처진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인정하고 있다.

 

공교육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사교육 기관에서 배워야 할 것이 많이 있다. 공교육이 사교육을 따라 잡기 위해선 물론 단위 학교나 교사의 개인적인 노력들이 결집되어야 할 부분이 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역부족이다.

 

몇 가지 비교해 보겠다.

 

학원은 더울 때 시원하고 추울 때 따뜻하다. 학교는 더울 때 덥고 추울 때 춥다. 특히 환절기 때 더 그렇다.

 

학원에서는 학생들을 대우해준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선생님을 대우해줘야 한다. 예전에야 학생들은 배우는 과정에 있다는 인식 때문에 어딜 가나 피교육자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 학생들은 어딜 가나 당당한 고객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지출하는 고객이 대접받는 것은 당연한 것. 학생들도 고객으로서 왕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고객 대우를 받지 못한다. 대우 받기는커녕 인격적 존재로서의 대접을 받기도 어려울 때가 많다.

 

학원에서는 정기적으로 학부모에게 학생들의 상황을 알려준다. 유선으로도 쪽지로도 그리고 전문적인 성적 상담표까지 동봉한다. 입시자료 공부자료 공부상황에 대한 안내를 받는다. 그리고 학부모는 학원 선생님들에게는 항상 당당하다. 학교에서는 월말고사가 없어졌다. 정기고사가 연 4회로 줄었다. 당연히 학생 성적에 대한 자료가 빈약하다. 부모와 상담할 것이 없다. 학생들의 공부 진척상황을 교사도 알기 어렵다. 그리고 학부모는 선생님앞에 항상 기죽어있다.

 

학원에서는 학생들에게 최대의 관심을 기울인다. 한달 단위로 등록하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는 일단 입학하면 3년간 변동이 없다.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계속 다닐 수밖에 없다.

 

학원에서는 선생님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 그러니 살아남기 위해 연구한다. 교육자료를 개발할 수밖에 없다. 잘 가르친다, 실력이 있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한다. 또 그렇게 인정받으면 소득도 늘어난다. 학교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가르친 내용을 그대로 몇 년간 가르쳐도 된다. 심지어 시험지까지 같을 때도 있다. 또 잠 설쳐가며 연구를 해도 그래서 실력을 인정받아도 놀면서 편하게 지내는 사람과 월급이 같다.

 

학원에서는 한 교실에 20명 정도만 들어가도 많다는 소리를 듣는다. 학교에서는 한 교실에 30명 정도가 들어가 있다.

 

공교육의 황폐화를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다. 사교육에 멍드는 가슴들도 많다. '아재비 떡도 싸야 먹는다'는 말이 있다. 요즘 식으로는 '아재비 떡도 품질이 좋아야 먹는다'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공교육이 살려면 품질이 좋아야 한다. 공교육의 품질 향상을 위해 모두의 노력이 특히 사회적·국가적 차원의 투자와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강석우(정읍 인상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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