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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칼럼] 물지게의 추억과 교훈 - 최창곤

최창곤(전북대 교수)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면서 한국사회가 여러면에서 발전이 되기를 바라면서 과거 물을 길어 마실 적에 사용하던 물지게가 주는 교훈을 생각해본다. 과거에 상수도시설이 미비하던 시절에 가까운 냇가나 우물에서 물을 길어 마시던 기억이 있다. 그러한 물지게는 어린 시절부터 물을 길어본 사람들이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물지게를 잘 지는 데에는 요령과 힘이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요령은 물지게의 좌우측에 있는 물양동이에 있는 물의 양이 거의 균등하도록 물을 담는 일이다. 그래야만 좌우 양측에 힘이 적절하게 분산되어 힘들지 않게 넘어지지 않고 물지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좌우 양측의 물동이에 물의 양이 서로 다르면 균형을 못잡고 넘어지기 십상이고 그러한 물지게를 지는것은 매우 힘든 일이 된다. 이 물지게의 원리가 현재의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사회,경제,정치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우선 경제적으로는 지역간의 발전의 정도가 서로 균등해야 함을 의미하고, 사회적으로는 사회구성원들간에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서 모든 구성원들이 균등하게 사회에 참여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정치적으로는 건강한 보수와 진보가 균등하게 구성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한 사회나 국가가 좌우양측의 물동이의 무게가 비슷한 경우처럼 잘 작동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지게의 교훈이 한국경제에 주는 교훈은 지역간의 균등한 발전의 필요성과 가치를 잘 말해주고 있다.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살고 GDP 의 절반을 생산하는 한국경제의 모습은 한쪽의 물동이는 꽉차고 다른 쪽은 텅 빈 물동이를 어깨에 지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낑낑대는 모습과 동일하다. "수도권"이라는 물이 잔뜩 실린 물지게와 "비수도권" 이라는 텅빈 물동이를 지게 양쪽에 메고 낑낑대며 지고 가는 것과 같다. 적당하게 나누어 지면 훨씬 적은 힘을 들이고 지고 갈 수 있는 물동이들을 이쪽 저쪽으로 비틀거리며 힘들게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물지게의 기억은 양성평등이 왜 필요한지를 말해주고, 성차별이 왜 우리한국 사회에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지를 말해준다. 남성과 여성이 골고루 참여한 사회를 끌고 가는 것이 남성편향적인 사회를 이끌고 가는 것보다 훨씬 용이하고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종에서 남성이 지배적인 한국사회도 한쪽은 무겁고 다른 한쪽은 텅빈 물지게를 어깨에 메고 이리 저리 비틀거리면서 힘들게 메고 가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너무 오랬동안 힘들게 메고 와서 힘든 줄을 느끼지 못할 뿐이지 다른 제 3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멍청하기 짝이 없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의 의미를 과거에 물지게를 져 본 사람만이 실감할 수 있는데 현재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사회를 이끌고 있는 계층의 대다수가 50대라는 점에서 그 분들은 이 글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읽게되면 한번쯤 이 사회의 바람직한 발전방향에 대하여 심사숙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어른들은 OECD 국가들 중 가장 긴 노동시간을 일하고, 중고등학생들은 엄청난 사교육및 학교교육에 시달리는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경제성장률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죄우양측의 어깨에 서로 다른 무게의 물동이를 메고 안 넘어지려고 힘들게 비틀거리면서 걸어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고, 언제까지 넘어지지 않고 갈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생각이 든다.

 

/최창곤(전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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