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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소고당 고단 여사 남편 김환재 선생 별세

지역 유교문화 발전 한평생

조선시대 규방가사의 맥을 이어온 소고당 고단 여사가 하늘로 떠난 지 한 달 되던 날. 지역 내 유교문화 발전에 힘써온 부군인 시산(詩山) 김환재 선생도 지난 9일 오후 7시30분 전북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눈을 감았다. 향년 89세.

 

시산 김환재 선생은 정읍 칠보에서 조부와 선친의 땅을 밟지 않고는 이 일대를 지나갈 수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다. 고인은 전주고등보통학교 3학년 때 한국말을 쓴다고 해 불량학생으로 지목됐지만, 창씨개명 대신 전학을 선택했을 만큼 유교 사상과 민족정신이 투철한 집안에서 자랐다.

 

서울 중앙고와 평양 대동공업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해주의 제강회사를 다닌 시산 선생은 광복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와 전북도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다 사업가가 됐다. 고인은 1982년 선대의 뜻을 잇기 위해 할아버지 호를 딴 규당장학회를 만들었다. 고인의 조부는 대흉년이 든 1909∼1910년 면민들의 세금을 모두 대납해 주었으며, 선친은 해방 직후 칠보 주민들을 위해 전답을 팔아 발전소에서 전기를 끌어올 수 있도록 송전선로를 설치해준 큰 어른이었다.

 

시산 선생은 살림은 다 없어졌지만, 3명의 아들에게도 덕가(德家)였던 선대의 뜻이 이어지길 바란다며 전북충효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해왔다.

 

고인은 평소 유교의 삼강오륜(三綱五倫)을 중히 여기며, 예절교육을 위해 한문교육을 역설했다. 면내에 글 읽는 소리만 나도 교육이 된다는 고인의 철학에 따라 무성향교에 성균관 한림원 학생들을 초청, 지역 학생들의 한문 지도를 맡기기도 했다. 중국에 있는 막내 아들을 따라간 손자·손녀들에게 전화로 「사서삼경」 운독을 하게 할 정도였다.

 

시산 선생은 2006년 KBS전주방송총국이 시상하는 '전북의 어른상'에 선정, '전북의 얼굴'이자 '참 어른'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전주향교 전교(典校)로 재직할 때 처음으로 전통혼례를 시작하고, 531년의 역사를 간직한 전국 최고(最古)의 향약인 고현향약이 보물 제1181호로 지정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등 선비문화의 보존과 확산에 기여했다. 또한, 향약의 5가지 예(禮)를 정리한 「오례집성」(五禮集成)을 간행, 전국의 대학 도서관과 각 지역 도서관에 배포하기도 했다.

 

발인은 12일 오전 9시 전북대병원 장례식장 지실. 장지는 정읍 산내면 예덕리 선영하. 063)250-2451, 010-3680-2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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