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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힘 2050] 사제복 만드는 박순금씨

"옷 뜯어가며 기술 습득…한땀 한땀 기도해요"…도내 유일 사제복 제작

박순금(52·전주시 진북동)씨는 지난 15일이 뜻 깊은 날이었다. 큰 아들 고장원(사도 요한·광주카톨릭대학교 재학)이 전주 숲정이성당에서 자신이 만든 옷을 입고 부제 서품을 받았기 때문이다. 남편을 잃은 커다란 슬픔 이후 시누이의 인도로 성당에 나가면서 지내온 25년 중 가장 벅찬 감동으로 지낸 하루였다. 사제의 길이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가장 아름다운 길임을 알기에 큰 아들을 지켜보는 마음이 뿌듯했다.

 

"어려서부터 집 가까이에 있는 성당이 아이들의 유일한 놀이터였지요. 먹고, 자고, 노는 것 모두 성당에서 했어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예비신학생 모임에 한 번도 안 빠졌던 아들입니다."

 

박씨는 진북동에서 자신의 세례명을 딴 양장점'세실리아 제의'를 운영한다. 어려서부터 손끝이 야물다는 소리를 들었던 지라 처음에는 생계를 위해 손바느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기성복에 밀려 운영이 어렵게 되자 그의 솜씨를 알아보고 성당에서 사제복을 부탁한 것이 인연이 되어 제의를 만든 게 벌써 15년이 됐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제복은 남원 도통동성당에 계시는 한봉석 시몬 신부님의 수단이에요. 너무 닳고 헤어져 입을 수조차 없을 정도였는데, 고쳐 달라고 하셔서 새 옷을 만들어 드렸지요. 그 옷이 제가 제대로 만든 사제복으로는 첫 작품이었습니다."

 

여성복만을 전문으로 하다가 사제복을 만들어 보니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겪었다. 옷을 해부해서 그대로 본을 뜨고 혼자 끙끙 앓으며 연구도 했다. 하나 만드는 데 사흘은 족히 걸렸다. 박씨는 "신부님들 사시는 길이 굽이굽이 고생을 많이 하니 이리 복잡하고 어렵지 하는 생각에 기도가 절로 나와요"라고 말했다. 이제는 누구의 가르침 없이도 전북에서는 유일하게 사제복을 만드는 바느질장이가 되었다.

 

박씨에겐 전혀 다른 길을 가는 또 다른 아들이 있다. 아침에 학교에 갈 때면 집 옆에 있는 성당에 들러 반드시 성무일도를 바친 다음 등교를 했던 형과는 달리 작은 아들 고장환(요셉·예원예술대학교 코미디학과 재학)은 성탄 때 성당에서 연극을 하면서 신자들을 웃기고, 전주교구중고등부회장단 모임 오락부장을 맡았을 만큼 끼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큰 아들은 신부의 길을, 작은 아들은 개그맨으로 활동하다가, 현재 해군 홍보단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처음에는 개그맨이 되는 것을 반대했으나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지켜보는 것이 좋다는 신부님의 조언을 따랐는데 제대로 길을 찾은 것 같아 감사하단다. 박씨는 지인들의 관심과 기도가 지금까지 두 아들을 키워주었다고 고마워한다.

 

바느질 세월 30여 년. 그는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손을 주신 신께 감사하다며 차와 청소봉사를 통해 함께하는 여정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두 아들이 훌륭한 사제와 개그맨이 되어 어린이를 위한 복지재단을 설립해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 꿈이 이루어지길 기도하지요."

 

삶의 유일한 희망인 두 아들이 신앙으로 자랄 수 있도록 품어준 어머니의 넓은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이금주 여성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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