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륙 피겨 대회 참관위해 전주 방문…55~57년 선수 72~80년 대표팀 감독
"우리나라에서 피겨종목이 이처럼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하늘에서 내려준 축복입니다. 비인기종목이라는 이유로 길고 긴 세월동안 음지에서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는데 하늘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김)연아 선수로 인해 이제는 한국에서 피겨의 인기는 뜨겁잖아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됐으면 좋겠습니다."
피겨대회가 있는 곳이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경기장을 자주 찾는다는 한국피겨스케이팅의 산증인 홍용명씨(79·여)를 4대륙피겨대회가 열리고 있는 전주화산빙상경기장에서 만났다.
평안남도 안주에서 태어나 중국 북경에서 살다가 1945년 8.15 해방직후인 열 다섯살에 한국으로 왔다는 홍씨는 중국 북경에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처음 피겨를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 겨울 얼어붙은 강과 연못에서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보고 피겨를 시작했으며, 한국에 와서도 빙판위를 떠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때 당시에는 피겨라는 종목에 대해 사람들은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없었어요. 피겨 선수들이 남·여 합쳐 고작 10여명이었어요. 그래도 피겨대회는 했어요. 중학교때는 창경원에서 했고, 이후 꽁꽁 얼어붙은 한강에서 벌벌 떨면서 대회를 열었어요. 아마 지나가는 사람들은 '추운데 뭐하는 거야?'라고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예요."
1955년부터 57년까지 피겨선수로 활약하면서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던 그녀는 "더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후배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그만뒀다"며 "피겨를 좋아하고 사랑했던 것 뿐, 1위라는 명예를 사랑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서 후배들을 양성했고, 72~80년에는 한국피겨감독으로 선수들을 이끌고 올림픽에 출전했다.
"지금은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빙상장 시설이 최신식이고 태극기가 다 걸려 있잖아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하고 감정이 복받쳐요. 옛날에 선수들을 이끌고 세계대회에 출전했을 때는 태극기가 없었어요. 한국에 피겨선수들이 있는지도 몰랐구요.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경기장 입구에서 제재를 당할 때는 서럽고 눈물밖에 나지 않았아요."
말없이 빙판 위에서 연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는 "실력들이 평준화 됐다. 대견하고 놀랍다. (곽)민정, (김)나영, (김)채화 등 한국선수들이 너무 잘한다"며 한국은 피겨 상위권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어 "대한빙상연맹에서 한국피겨를 세계에 알리고 더 발전시킬 수 있도록 김연아와 더불어 어린 후배들을 육성하고 발굴해 키워줬으면 좋겠다"며 "선배들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후배들이 실현시켜줘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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