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춧돌 하나도 옛 느낌 살리려했죠"…불편·느림의 매력에 빠져…전주 한옥마을에 터 잡아…골목문화 되살렸으면…
두툼하고 거친 손이었다. 전국의 많은 사찰, 한옥, 흙집이 그의 손을 거쳐갔다. 잘 다니던 건축사사무소를 박차고 나온 것은 흙집에 대한 남모를 애착 때문. "꽉 짜여진 공간은 싫었다"는 대목수 박칠성씨(38)는 "하나하나를 내 손으로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좋았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불안감이 들었다. 원칙도 모르고 짓는 게 아닌가 싶었다. 문화재청에 무턱대고 전화해 중요무형문화재 대목장 소개를 부탁했다. 부안 출신 고(故) 고택영 선생의 제자인 김영성씨를 소개받았다. 2년을 공들인 끝에 김씨의 제자로 받아들여졌다. 한옥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한옥은 그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줬다. 그처럼 한옥을 좋아하는 디자이너 최복순씨(35)를 아내로 만났다. 최씨도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뒤늦게 전주대 건축학과에 들어가 한옥을 배우러 이곳저곳 기웃댔다. "아내한테 장가 들었다"는 박씨는 전국을 돌다 5년 전 전주에 정착했다. 한옥 사랑은 깊어져갔다.
"한옥은 불편함, 느림이 매력입니다. 자다가 깨서 화장실에 간다 쳐요. 화장실이 밖에 있으면, 별도 보고, 바람도 쏘이는 즐거움이 생기거든요. 불편해지면 몸이 더 많이 움직이면서, 나를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그는 한옥의 마당은 자연, 툇마루는 자연과 인간의 삶을 연결하는 매개공간이어야 한다고 여긴다. 늘어진 처마는 햇빛을 간접적으로 비춰 고풍스런 맛을 더한다. 하지만 정원마다 빼곡하게 심은 나무는 한옥의 맛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씨는 "꼭 필요한 계절의 나무만 심는 게 여백의 미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
아내 최씨도 "단순한 맛, 여백의 미가 한옥의 진짜 매력"이라며 "너무 많이 보여주려고 하면, 비울수록 넉넉해 보이는 한옥의 미를 느낄 수가 없다"고 거들었다. 최씨 역시 남편 못지 않게 한옥에 대한 애정이 깊다. "여자는 힘 들어서 한옥을 배울 수 없다"는 대목장들을 부지런히 쫓아다니며, 배웠다. 지금도 만삭인 몸으로 공사 현장을 누비는 그는 "아이가 망치 들고 나오지 않을까 겁이 난다"며 웃었다.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이 보존될 수 있기를 바라는 이들 부부의 마음은 같다. 한옥 개보수는 신축만큼이나 경제적으로 부담도 크다.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전통 한옥을 보존해야겠다는 집주인의 의지나 생각이 그만큼 소중하다고 말한다.
"아무리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라도 결국 보존하고 지키는 것은 사람의 몫입니다. 어떤 집이든 신축하면 깨끗한 맛은 나도, 살고 싶다는 맛은 나질 않아요. 세월이 지나면서 익어가는 그 맛이 참 좋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절대 고장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곳은 매력이 없죠."
이어 박씨는 전주시가 전주 한옥마을이 갖는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그냥 놔두면 좋겠다며 자꾸 간섭하고 규제하려 들다 보면 보여지는 아름다움만 강조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도로에 난 풀 한 포기도 활용하면서 최소한의 정비사업만 이뤄지면 좋겠다며 아기자기한 골목길 문화가 전주 한옥마을에서 이어져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8일 그는 공사중인 한옥마을 내 전통 한옥의 상량식을 갖는다. 주춧돌 하나까지 옛 것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신경을 썼다. 한옥 사랑은 전통과 역사에 대한 고민과도 같다는 이들 부부의 말을 떠올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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