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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도띠뱃놀이와 원당제

박용재(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실장)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온 어민들의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풍습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다만 그것을 마을 공동으로 행함으로써 동제라고 부르고, 모두가 갖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치성행위일 뿐 이다.

 

매년 정월 초사흗날이면 전라북도 부안군 위도면 대리에서는 위도띠뱃놀이가 펼쳐지는데, 이 행사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치러졌다. 위도띠뱃놀이는 위도 어민들이 풍어를 기원하고 대리(大里)마을의 주민들의 평안을 바라는 마을 공동의 제의이다. 이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원당굿으로 인하여 '원당제'라고 하기도 하고, 모든 액운을 따배에 실어 먼 바다에 띠워보내는 띠배띠우기 과정을 일러 '띠뱃놀이'라고 하기도 한다.

 

위도띠뱃놀이는 일곱신의 화상을 모신 산 정상의 원당에서 무녀가 주관하는 당굿으로부터 시작된다. 당굿이 끝나면 농악대를 앞세우고 마을의 중심에 있는 주산과 마을 곳곳을 돌며 그곳에 있을것으로 믿는 신을 달래주는 주산돌기를 한다. 주산돌기가 끝나면 바닷가에 띠배를 만들어 놓고, 그 앞에 젯상을 마련한 다음 무녀가 용왕에게 그날의 굿을 알리는 용왕굿을 하는데 이 과정에서는 마을주민들이 모두 참여하여 술과 함께 노래를 부른다. 용왕굿이 끝나면 마을의 모든액을 띠배에 실어 먼 바다로 띄워 보내는 띠배보내기로 마무리한다.

 

크게 보면, 원당굿, 주산돌기, 용왕굿, 띠배띠우기까지 모두 네과정인 셈이다. 이 네과정을 이끌어 가는 것은 무녀이다. 무당은 크게 보아, 무당의 가계에서 태어나 제한된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습무와 신병(神病)을 통해 신이 들린 사람이 내림굿을 받고 무업(巫業)을 배워서 무당 노릇을 하는 강신무로 나뉘는데, 세습무와 강신무는 신병체험의 유무와 활동 범위의 경계 유무에 따라 구분된다.

 

위도띠뱃놀이를 주관하는 무당은 세습무이다. 주무(主巫) 1명, 조무(助巫) 1명에 악사 2명을 포함한다 하여도 무당의 숫자가 매우 적은 편에 속하는 마을굿이다. 더욱이 그동안 세습무로서 위도띠뱃놀이를 이끌어 왔던 조금례씨(1995년)에 이어 안길녀씨(1999년) 마저 사망한 이후 토착민으로 세습된 무녀가 행하는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예전의 원당제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사라져 버렸다 할 것이다. 이 후 이연금, 전금선, 유지연으로 이어지는 세습무녀들이 모두 타지역 출신이라는 점에서 이제는 타지역의 무녀를 통하여 원당제를 치룰 수 밖에는 없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김상원씨(장고)와 이종순씨(상쇠) 두 분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장춘섭씨와 장영수씨가 그 뒤를 이어 전수조교로 있기 때문에 그에 따른 전승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위도띠뱃놀이가 토속적이고 전통적인 풍어제로서의 원당굿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마을 세습무를 양성해야 할 것이지만, 오늘날의 사회적인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타지역의 굿을 가지고 '아시아 최고의 풍어제'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는가? 이제는 띠뱃놀이라는 명칭에 드러난 바와 같이 놀이로서의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놀이적 기능을 갖춘 새로운 형태의 민속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이 검토되어져야 할 시점이다.

 

/박용재(전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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