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공엽(전 언론인, 대한적십자사전북지사 회장)
활판 인쇄로부터 아나로그 종이신문시대를 거친 옛날기자가 디지털시대의 신문의 날을 맞는 소회가 남달라 몇가지 쓴소리를 하려한다.
'엄마가 뿔났다'라는 TV드라마가가 있었다. 장안의 화제가 되었었는데, 뿔도 없는 여자가 뿔이 났으니 어떻게 되었겠는가?
요즈음은 매일 뿔날 일이 많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도 '뿔날 일'에 관해서다.
현직에 있을 때는 보이지도 않던 기사거리가 나이 들어 현직에서 물러난 지금은 발길에 차일 정도로 많이 굴러다닌다. 그런데 요즘 신문을 보면 그런 기사거리들이 좀처럼 눈에 뜨이지 않는다. 게을러서 그런지 아니면 외면 하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더 이해하지 못할 일은 신문 지면이 국회의원이나 단체장들을 홍보하는 낯뜨거운 기사로 채워지고 있는 점이다.
예전에는 국회의원 도지사 시장군수들이 신문사를 방문하면 내방 인사란에 소개하고, 대개 특별한 일이 있으면 인터뷰기사를 실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요즘 신문들은 서로 다투어 거의 매일같이 시장 군수들이 참석하는 행사마다 사진까지 곁들여 그들의 앨범을 만들어 주고 있다. 정보공유는 필수지만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기관장들이 칼럼란에 고정 필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보면 할말을 잃게 된다. 특별한 사안이나 정책에 대한 견해나 시책을 묻는 것은 말이 되겠지만 그들은 오히려 논평의 대상이 아닌가.
각 자치단체에서 나오는 광고수입이 신문사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는 소리는 듣긴 했지만 이런식으로 '비위'를 맞춰야 하는지 씁쓸하고 안타깝다.
얼마전에 경기도 부천시를 다녀왔다. 20~30년전 만해도 복사꽃마을로 자그마한 소도읍이었는데 지금은 인구 90만명이나 되는 큰 도시로 성장했다. 건물이며,시설, 교통 등이 국제도시에 손색없었다.
괜스레 뿔이 났다. 우리지역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싶었다. 거의 매일같이 난쟁이 제 골마리추듯, 그들을 추겨 세우는데 앞장서온 신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도청 소재지인 전주의 오늘을 보자. 전북의 심장이라고 볼수 있는 도청 신청사 주변에는 200여개가 넘는 원룸과 모텔들이 몰려있다. 옛 도심의 중앙동은 주차장 골목이 되고, 전주의 상징인 호남제일성 풍남문은 앞뒤로 숨이 막힐정도로 잡화와 차량들이 빼곡하게 들어서있다. 이것이 어디 역사 도시이며 문화 전통도시인가. 각 시군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다시 선거철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전북은 민주당 1세기다. 그런데 천하의 공당이라는 민주당이 춤을 추고 있다.'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 때문에 정치인들은 마치 로또복권에 당첨되려고 하는것 처럼 목숨걸고 공천에 매달린다. 국회의원들은 당원뿐아니라 선거 주민들의 표심까지도 전환할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편을 가르고, 자기 편이 아니면 왕따시킨다. 도에 넘치는 이런 정치논리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도 왜 신문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지 모르겠다.
신문을 만드는 후배 언론인들에게 부탁한다. 이제 고칠일이 있으면 고치고 버릴것은 버리고, 잘못이 있으면 바로 세우고 나무랄일이 있으면 나무라는 언론의 역할을 다해주기를 부탁한다. 그리하여 도민들에게 사랑받고 읽히는 신문이 되어 줄것을 당부한다.
그러려면 자존심을 되찾아야 한다. 실종되거나 사망한 기사거리를 무덤에서라도 다시 꺼내어 살려내라. 뜯고 고치고 바르게 잡아서 우리 사는 세상이 밝게 만드는 일에 신문이 앞장서야 한다.
"신문이 뿔났다" 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 신문이 뿔이나야 비로소 이 세상이 바르게 되는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최공엽(전 언론인, 대한적십자사전북지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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