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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연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 전영철

전영철(우석대명예교수·목사)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지리산 천왕봉 1915M'라 적힌, 정상표지석 뒷면에 새겨진 글이다.

 

뽀드득 뽀드득 낙엽위에 쌓인 눈을 밟으며 봄이 오는 소리를 들었던 지리산 오솔길. 그 정상만 일백 여섯 번을 올랐다면 놀라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변화무쌍한 악천후로 전경을 볼 수 있는 날이 적어 삼대를 적선해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 그것을 이제까지 육칠십번이나 본 사람이 있다면 그것을 단순한 우연으로 볼 수 있을까. 견디기 힘든 칼바람과 눈보라를 헤치며 올랐던 정상, 다른 곳보다 갑절의 수고 끝에 맞이하는 절경이기에 찾아오는 기쁨도 그만큼 큰 것이었을 것이다.

 

전북대 식품공학과 교수와 우석대 총장을 역임한 양희천 학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번도 오르기도 힘든 지리산 천왕봉을 내집 드나들듯이 오르내렸던 그 열정과 인내의 과정은 참으로 놀랍다. 그는 정상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내가 살아있구나!' 삶의 희열을 느낀다고 했다.

 

모태신앙으로 일찍부터 교회를 섬겨온 그는 신앙이 남달리 깊다. 그 덕분인지 그는 장엄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성화되는 치유를 체험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한 번 오르고 두 번 오르고 오르는 횟수가 더할 때마다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지리산을 보며 그는 세상을 품었고, 그만큼 경륜과 인품 또한 더욱 풍요로워졌다.

 

그가 지리산을 오르내리는 여정은 한결 같다.그는 전주에서 새벽차를 타고 백무동과 장터목산장으로 산을 탔다. 아무리 높은 정상도 주위의 낮은 산들이 감싸주고 희생함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그는 창조주의 크신 경륜앞에 겸손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에게 지리산은 꿈만 꾸어도 모든 얽매임에서 벗어나게 하는 인자한 해방자다. 올라갈 때는 우람하고 험준한 남성적인 산이지만 다 올라가 완만한 능선을 탈 때는 부드럽고 포근한 여성적인 아름다운 산이기도 했다. 산도 물도 단풍도 살아있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산' '숨쉬는 산'인 셈이다.

 

그의 아내 역시 지리산 정상을 네 번이나 동행했다. 주위 경관을 보는 감성이 그보다 훨씬 강렬해서인지 부인은 장터목산장 위 노간주나무 군락의 볏단만큼 긴 풀들이 마치 고생하고 올라온 사람을 위로하듯 절하더라고 표현했다.

 

갈수록 각박해지는 시대, 나는 지리산을 오르내리며 세상사를 배운다는 양학장으로부터 은퇴 이후 잘사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깨닫는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기쁨으로 찾아 실천하라고.

 

양학장 내외가 지난 12일로 금혼식을 맞았다. 이 기회를 빌어 진심으로 축하의 뜻을 전한다.

 

/전영철(우석대명예교수·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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