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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에 출연한 김용택 시인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다 날 쳐다보고 있어서 얼어버렸죠. 이창동 감독과 모르는 사이 같으면 활달하게 할 수 있겠는데….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진땀을 뺐죠."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주인공인 60대의 미자(윤정희)가 듣는 문학 강좌에는 낯익은 얼굴이 등장한다.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김용택 시인이다. 그는 영화 속에서 '김용탁'이라는 시인으로 나와 시에 대해 강연하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영화의 거리에서 김용택 시인을 우연히 만나 영화 출연에 대한 뒷얘기를 들었다.

 

그는 오래전부터 알던 이창동 감독이 어느날 자신의 강연 장면을 찍어가더니 시나리오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처음엔 시나리오 보고 조언해달라는 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읽어보니 김용탁 시인이 나오고 내가 평소 강의하는 내용이 들어 있더라고요. 이창동 감독을 만났는데, '은막에 한번 데뷔해보는 건 어떠세요?' 해서 깜짝 놀랐어요. 영화를 망칠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굉장히 생각 깊고 배려 있는 사람이라 생각을 많이 했을 거다 싶었어요. 시나리오가 원체 완벽해서 욕심이 생겼죠."

 

그는 "이창동 감독은 평소 하는 것처럼 하라고 했지만, 강연이라 대사가 길어 어려웠다"면서 "뒤풀이 장면은 하루 저녁 꼬박 찍었는데도 못해서 이튿날 다시 했다. 한번 어긋나니 잘 안 됐다. 감독이 생각하는 것이 있어 딱 맞추는 게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용택 시인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김 시인은 "내가 나온다 생각하니 초반에는 부끄럽고 떨려서 잘 못 보다가 나중에는 양미자에 빠져들면서 봤다"면서 "이창동 감독의 인격과 예술성이 잘 녹아있는 섬세한 영화"라고 평했다.

 

"윤정희 씨가 양미자로 나오는데 한 번도 끝까지 화를 내본 적이 없잖아요. 화를 내려다 말아버리죠. 그러면서 우리에게 뭔가 강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영화가 이 감독의 성격과 같아요. 촬영장에서도 한 번도 목소리를 높이거나 잔소리를 내지 않았어요."

 

김 시인은 영화 마지막에 '아네스의 노래'라는 시를 낭송하면서 강물이 흐르는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영화 내용과 맞아떨어지는 그 시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런 내용을 쓸쓸하면서 가슴 아프게 담아내기 어렵죠. 처음엔 외국 시를 가져온 줄 알았는데, 이 감독과 둘이 있을 때 살짝 물어보니 직접 썼다고 해 놀랐어요."

 

그는 자기 삶 속에 있는 응어리를 표현하는 것이 시라면서 영화 시나리오를 쓴 이창동 감독만이 '아네스의 노래'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에게 시란 무엇인지 재차 물었다.

 

"뭔가 내 이야기를 세상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겁니다. 인생은 괴로움과 고통의 연속인데 시는 그런 것을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죠. 고통과 괴로움은 승화해서 아름다울 수 있는 겁니다."

 

김 시인은 38년간 시골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환갑을 맞은 2008년 학교를 떠나 시를 쓰고 전국 각지에서 강연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공부보다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데 열을 올렸을 정도로 영화광인 그는 전주에 살면서 전주국제영화제도 줄곧 지켜봐 왔다.

 

그는 "시민의 호응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참여도가 낮은 편이다. 대안 영화, 실험영화 쪽으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고 영화제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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