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송광사 주지)
唯我獨尊 (유아독존) 오직 나 홀로 존귀하다.
三界皆苦 (삼계개고) 삼계가 다 고통 속에 있으니
我當安之 (아당안지) 내 마땅히 편안케 하리라.
이 게송은 2634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셔서 동서남북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시기 전에 설하신 게송입니다.
天上天下唯我獨尊 (천상천하유아독존) 하늘 위 하늘 아래 나 홀로 존귀하다고 하는 앞의 구절은 많이 이야기하지만 뒷 구절 三界皆苦我當安之(삼계개고아당안지)라 하는 것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의 구절이 부처님 당신의 마음을 이야기 하신 것이라면 뒷 구절은 당신의 원력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앞 뒤 두 구절이 다 갖추어져야만 부처님의 참된 말씀을 전달 하는것입니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고 하면 부처님만 귀중하다는 말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불교는 모두가 다 평등하다고 하는데 어째서 부처님만 귀중하냐고 반문하시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나'라고 하는 것은 '부처님자신'이 아닌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여러분'을 뜻합니다. 즉, 여러분의 마음속에 똑같이 갖추고 있는 부처님과 똑같은 성품, 이것을 마음이라고 하기도 하고 주인공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모두가 다 귀중한 것입니다. 부처님 입장에서 보면 여러분 모두가 다 평등한 것입니다. 그래서 부처님이 될 수 있는 여러분이 귀중하다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시각에서 보면 사람들이 고통의 바다에 빠져 있습니다. 지옥,아귀,축생과 같은 윤회 속에 있는 모든 중생들은 그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중생들이 다 고통 속에 헤매이고 있으니 내 마땅히 편안하게 하리라, 즉 제도하겠다는 것입니다.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등불을 켭니다. 중요한 것은 등불을 켜는 마음입니다. 등불이라고 하는 것은 마음을 밝히는 광명의 등불이어야 합니다. 아침이 되면 밤의 어둠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립니다. 어둠에 실체가 있어서 존재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열심히 수행해서 마음을 밝히면 즉, 어리석음과 번뇌를 다 제거하면 본래 밝은 그 마음이 밝아져서 나타나게 됩니다.
등불을 켠다는 것은 마음을 밝히는 광명의 등불, 마음의 지혜를 밝혀주는 지혜의 등불을 밝히는 것입니다. 어두운 길을 가는데 불이 없다면 구덩이 같은 곳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을 들고 가는 사람은 구덩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잘 가려서 지나갈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뜻은 우리로 하여금 마음의 깨달음이 일어나도록 지혜로써 바르게 이끌어 주시기 위함입니다. 해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등불을 켜고 공양을 올리는 것입니다.
또한 등불은 일체 중생이 둘이 아니라는 자비의 등불입니다. 처음 탄생게에서도 말씀 드렸듯이 부처님의 사상은 자비와 평등입니다. 부처님 법은 평등하고 자비한 법이기 때문에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등불을 밝히는 것입니다. 즉, 해마다 부처님 오신 날은 등불을 밝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써 모든 중생을 밝은 지혜로 이끌어야겠다는 원력을 세우는 날입니다. 우리 자신은 마음의 등불을 세워, 나자신과 주변의 많은 사람을 위해 밝음을 비추는 수행자가 됩시다. 성불하십시오
/도영(송광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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