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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업·농촌의 푸른 희망, 귀농·귀촌 - 곽동옥

곽동옥(전북도농업기술원 농촌지원과장)

 

 

재 너머 멀리서 소식 끊긴 채, 겨울 지나고 다시 봄을 맞았네. 고향 다가올수록 두려운 마음에 마주오는 이에게 묻지도 못하네.(嶺外音書斷 經冬夏歷春 近鄕情更怯 不敢問來人)

 

이것은 중국 당나라 초기 시인 송지문(宋之問)의 시, '한강을 건너며(渡漢江)'다. 지금으로부터 약 13세기 이전에 쓰여졌지만 지금 우리의 감성에도 잔잔하지만 큰 파문을 일으키는 것 같다. 우리의 과거 젊은이들 또한 '못 살아서', '돈을 벌기 위해', '더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해' 등의 여러 가지 이유를 가지고 우리의 한강을 건너 서울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세계에서 최고로 꼽힐만한 산업화와 현대화의 기적을 이루어냈다. 이렇게 대한민국 발전의 중추가 되었던 젊은이들은 이제 반백의 중년이 되었다. 과거에 충실하고, 이를 성실하게 채웠던 이들인 만큼 순간의 현재와 아직도 까마득히 남은 미래를 기대하고 계획하는 것 또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는 IMF이후 부쩍 늘었던 생계형 귀농과는 달리 2000년대 이후 계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화이트칼라 출신의 은퇴 귀농자들의 흐름으로, 이들은 기존의 귀농·귀촌에 개개인의 다양한 생활양식과 경험을 잘 접목시켜 농업·농촌에 활력과 새로운 소득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리하여 더 많은 성공적인 은퇴 귀농자를 양성하기 위하여 농촌진흥청은 20세기 현대화의 상징인 서울역에서 도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귀농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농업전문가들의 강연과 시연뿐만 아니라 우수 농촌 선진 농가 방문 등 직접적인 체험을 할 수 있어 현실적이며, 계획적인 귀농 준비에 큰 도움이 된다는 교육생들의 칭찬과 격려가 줄을 잇는다.

 

특히 이 귀농교육의 커리큘럼 중 하나인 '귀농열차'는 직접적인 농업·농촌 체험을 가능하게 하여 교육생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새로운 동기를 부여하는 등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귀농열차'에 올라 한강을 건널 때, 귀농희망자의 심정은 분명 오묘한 기분일 것이다. 위의 시에서처럼 두려울 수도 있고, 겁이 날 수도 있겠지만 희망찬 미래 개척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난 아직도 할 수 있다!'는 열정이 있다면 새로운 변화인 귀농·귀촌에의 적응 또한 문제없을 것이다.

 

새로운 21세기는 지식과 정보의 시대다. 고로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이 사회에서 약자가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난 세월을 치열하고, 치밀하게 보낸 만큼 그 모든 것이 경험과 노하우를 쌓았기에 더욱더 새로운 미래로 전진할 수 있는 기회의 시대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귀농·귀촌 대상자들이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는 우리 농업·농촌의 푸른 희망으로, 새로운 관점과 기술을 농업·농촌에 도입, 접목시켜 새로운 소득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의 농업·농촌은 새로운 인력들의 유입에 넓은 가슴과 인정으로 발 벗고 나와 맞이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진정한 푸른 농촌은 깨끗한 자연을 조성·유지하는 것과 청정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큼이나 농업인의 의식선진화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회다.

 

못 버는 농업이 아니라 잘 버는 농촌으로, 늙기만 하고 적은 인구의 농촌에서 경력 있고 안정적이며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농촌이 바로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푸른 농촌이며, 새로운 희망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중앙과 각 지역 농촌지도기관의 연계적인 귀농·귀촌 지도와 관리, 기존 농업인들과 귀농·귀촌의 선배들의 조언과 경험을 배양토가 되어, 우량한 종자들이 희망적이며 현실적인 계획을 가지고 우리의 푸른 농촌에 심어져 잘 자랄 수 있도록 배양·육성하는 데 힘써 도와야 하겠다.

 

/곽동옥(전북도농업기술원 농촌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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