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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름다운 마케팅 - 김무철

김무철(전라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원)

 

"미래의 물결은 체크북 필란트로피(checkbook philanthropy, 자선기관에 대한 돈이나 현물의 직접 기부)가 아니다. 바로 기업 마케팅과 사회적 책임의 결합이다."

 

이 말은 공익연계마케팅의 창안자로 알려진 제리 웰시가 기업 기부문화의 변화에 대해 1984년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한 말이다.

 

1983년 당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마케팅 부사장이었던 제리 웰시는 세계적인 예술품인 자유의 여신상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AMEX 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일부 금액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공익연계마케팅의 효시이자 최초의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공익연계마케팅이란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구매 욕구를 공익과 관련시켜 자극함으로써 창출되는 마케팅 활동이다. 기업의 자선활동과는 달리 공익연계마케팅에서는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이용함에 있어 일반적인 소비자가 인식하는 과정에 공익의 개념을 융합시켜 구매 욕구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대의 차원에서 비영리기관과 파트너 관계를 맺은 기업은 이윤추구라는 궁극의 목적과 함께 철저하게 계산된 활동을 전제로 한 상호 시너지를 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말하자면 비영리기관은 판촉을 통해 얻어진 수익의 일부를 기부받아 좋고, 기업은 공익활동에 참여한다는 명분을 통해 소비자들의 구매를 촉진하여 매출이 확장되고 아울러 기업의 이미지가 좋아져서 좋고, 이른바 윈윈(win-win)이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공립예술기관은 문화예술재화 및 서비스가 갖는 공공재적 가치에 대한 고려 안에서 성장해왔다. 그러나 공공부문 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김대중 정부에서부터 현재의 이명박 정부까지 공공부문 민영화를 세계적 추세라며 선전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미국의 국립예술기금 예산 지원 축소, 영국의 문화예술위원회 예산 전년도 수준 동결 등의 예에서 보듯 언젠가 미래에는 우리도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리라 예상된다.

 

그렇다면 '경영' 개념과 '예술마케팅 접근' 등의 도입 즉, 공익연계마케팅을 바탕으로 공공문화예술기관도 자생력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전라북도립국악원이 연간회원제(국악원 연간공연 무료입장)를 도입하여 1명의 회원이 가입할 때마다 1000원의 기부금이 결손가정 및 결식아동에게 돌아가는 참여 포인트제도, 또는 공연관람을 위해 구입하는 티켓의 일부 금액이 사회에 환원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국악원 공연(현재까지는 전라북도립국악원 공연은 무료로 기획되고 있다.)에 적용해 가동한다면 예술적 감응을 전제로 한 강력한 마케팅 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국악원은 공공기관이면서 예술가들이 모인 집단이다. 최근 공공기관의 사회적 책임성과 사회봉사 등 공익적 역할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예술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사회적 목적에 맞춰 활용할 때가 왔고, 그것은 이 시대 예술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한다. 아직도 전통예술진흥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지원이 절실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국악원이 자기이익 실현 본성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려는 이타주의적 본성을 훌륭하게 결합하는 공익연계마케팅기법을 활용하였으면 한다.

 

창조적 국공립예술기관으로의 변화는 이젠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무철(전라북도립국악원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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