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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알고 마시면 더 좋은 복분자와인 - 유기선

유기선(전주대 교수)

 

고창의 선연 복분자와인 품평회가 열렸다. 내외빈의 축사가 끝나고 홍보대사를 소개하고 기대하던 품평회가 열렸다. 여러 회사에서 만든 복분자와인이 아홉 가지가 준비되어 모두 시음할 좋은 기회였다. 사실 전주에 살면서도 복분자 와인을 많이 맛보지만 그렇게 많게는 처음이었다. 포도로 만든 와인은 주석산이 많고 복분자에는 구연산이 많아서 맛이 다르다는 설명을 들었다. 우리 복분자보다 외국 와인에 더 익숙한 입맛을 갖게 된 것이 현실이다. 복분자의 생산량은 그다지 많지 않았고 유통의 문제도 있었을 거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복분자와인을 생각해보자. 비교되는 와인은 정말 복잡한 상품이다. 와인은 그걸 만든 수많은 포도품종에 따라 다르고 생산지에 따라 다르다. 게다가 같은 와인이라도 생산년도에 따라 맛과 가격이 다르다. 와인생산자들은 소비자에게 자신의 상품에 대한 정보를 레이블에 표시한다. 기초지식을 알고 조금 관심을 기울이면 와인레이블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복분자와인의 레이블은 외국보다 멋진 것이 많았지만 소비자를 위한 정보는 부족했다. 몇 가지만 말해보겠다.

 

첫째는 당도 표시가 없다. 소비자들이 궁금한 것은 술의 알코올 도수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복분자와인에서 그 이상 중요한 것이 당도다. 술의 달콤함은 그 자체가 매력도 되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당도가 모두 다른데 표시가 없으니 소비자는 구입을 망설이게 된다. 와인에는 드라이, 오프-드라이, 미디움 스위트, 스위트 등의 표시가 있다. 마침 복분자와인 하나는 '드라이' 와인으로 당도가 전혀 없음을 표시하여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다. 시음한 것 중에는 오프-드라이 복분자와인도 있었고 스위트 복분자와인도 있었다. 각각은 서로 다른 취향과 서로 다른 음식과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복분자와인은 약간의 당도가 있는 것이 좋고 지나친 것은 취향이 아니다. 복분자와인의 당도를 표시해야 한다.

 

둘째는 신빙성이 없는 성분표시다. 복분자와인의 성분표시에 모두 복분자 100%라고 적혀있었다. 와인은 포도 100%로 만든다. 일부 국가에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아주 소량의 당 또는 산을 보강할 수 있지만 반드시 사전 또는 사후에 허가를 얻어야 한다. 이것을 어길 경우에는 등급을 사용할 수 없다. 말하자면 고창 복분자와인이라도 고창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거다. 알코올 도수가 12-17%로 다양하고 더구나 깨끗한 지하수를 이용해서 만들었다고 소개하는 상품도 있었는데 복분자 100%라는 것은 이해 못할 일이다. 와인은 물을 타기는커녕 당도나 알코올 도수를 높이려고 포도를 늦게 수확하거나 말려서 수분을 줄인 후에 와인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성분 및 첨가물 표시를 제대로 해야 국내는 물론 해외의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다.

 

셋째는 빈티지, 즉 생산년도의 문제다. 한 복분자와인이 빈티지를 표시하고 있었고 그에 걸맞게 숙성된 맛이 있었다. 오래된 와인이 무조건 좋은 와인이 아니고 좋은 와인만 오래 보관한다. 복분자와인도 좋은 복분자가 생산된 해 또는 좋은 복분자를 골라서 만든 경우에는 빈티지를 표시해주는 것이 상품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넷째는 일부 상품에서 느낀 알코올의 품질관리 소홀을 들고 싶다.

 

경제가 발전되면서 고급화 다양화되는 주류 시장에서 고창의 복분자와인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수입 와인과 한판 붙어보려는 야심찬 의도가 엿보인다. 규모와 재정, 유통 등에서 한계도 많은 상황에서 품평회는 지역의 언론을 대거 초청해서 전북에 알리는 성과를 얻었을 것이다. 우리의 바람은 고창의 복분자와인은 전북에만 머물 수 없을 정도로 품질이 좋고, 소비자에 정확한 정보를 주는 친절한 와인이 되면 좋겠다. 조금 더 세분화된 지리적표시제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때가 왔다.

 

/유기선(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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