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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이끼

탐욕의 속살…섬뜩한 자극…"꼭 알아야겠나"…"안될 이유라도"

'역치(?値)'라는 것이 있다. 생물이 외부환경의 변화, 즉 자극에 대해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자극의 세기다. 그런데 같은 크기의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으면 어느 순간 적응을 하게 되고 그 자극을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일까? 이미 어른들의 것(?)을 너무 많이 본 탓에 전체관람가 영화는 어딘가 지루하다. 영화 보는 와중에 자꾸 다른 생각을 하거나 졸기까지 하는 참사가 벌어지는 것. 세상의 때가 묻은 것 같아 속상하긴 하지만 다 커가는 과정이려니 하자. 자극이 부족하면 큰 자극을 주면 해결되는 일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클립스'도 '슈렉 포에버'도 재미있었지만 재미만큼 충분한 반응이 없었다면 당신은 이미 어른. 어른들을 위한 영화 '이끼'를 소개하다.

 

▲ 이끼(드라마, 범죄/ 163분/ 청소년 관람불가)

 

해국(박해일)은 20년간 의절한 채 지내온 아버지 유목형(허준호)의 부고 소식에 아버지가 거처해 온 시골 마을을 찾는다. 그런데 이장 천용덕(정재영)과 그를 따르는 덕천(유해진), 석만(김상호), 성규(김준배), 영지(유선) 등의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해국을 이유 없이 경계하고 불편해 하는 눈치다. 아버지의 장례를 마치고 마련된 저녁식사 자리는 마치 해국이 떠나는 것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해국은 점차 아버지의 죽음이 마을 사람들과 연관이 있음을 의심하게 되고 마을사람들에게 '서울로 떠나지 않고 이곳에 남아 살겠노라'는 선언까지 하게 되는데.

 

'이끼'는 한 포털사이트에서 연재 되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부패한 권력, 인간의 추악함과 선이 맞서는 이 원작은 그 자체로도 탄탄한 구성과 심리적 압박감을 자랑한다. 그래서 강우석 감독의 그 동안 행보를 생각하면 '이끼'는 정말 잘 맞아 떨어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유쾌한 '투캅스'도 무거운 '실미도'도 결국은 인간의 탐욕과 진실을 담았기 때문. 감독의 장기와 같은 이야기와 훌륭한 연기자가 만나 만들어낸 '이끼'는 원작의 섬뜩한 느낌을 살리면서도 코믹함이 더해져 더욱 맛깔스럽다. 특히 이장 역의 정재영은 젊은 시절과 노년 시절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다양한 연령대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여느 영화와 같이 원작은 영화 후에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긴장감을 최고로 치는 영화에서 이미 이야기를 알고 가는 건 앞서 말한 역치 값을 높이는 일 밖에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원작과 비슷하지만 미묘하게 다른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은 관객 또한 관람 후 웹툰 보길 권유한다.

 

혹자는 '너무 강우석스럽다'고 혹평을 하지만 2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다면 너무 강우석스러운들 어떠하겠는가. 이미 어른이 된 우리들에게 충분하고 넘치는 자극제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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